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진 Feb 11. 2022

[후배에게]내 일 아닌, 우리의 일

후배에게 보내는 편지

눈빛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눈빛만 딱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 일에 있어 상당한 고수라 느꼈었다. 과연 맞을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 있을 순 있겠으나, 더 나은 성장이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눈빛만 보지 말고 이제 다른 것도 봐야 하지 않을까? 의사소통에 비언어적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일은, 눈빛으로 손짓으로 표정만으로 할 수 없다.



아래 글은, 팀 내 동료와 애기를 나누던 중, 동료가 담당하는 업무 얘기(라 쓰고 불만이라 말한다)를 나눈 후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보낸 메일이다. 당시, 그 동료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으니, 곰곰이 생각한 것을 메일로 적어 보냈다. 일종의 대화이다.

 



OO님, 이수진입니다.

지난 화요일 나누었던 얘기가 귓가에 맴돌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저의 견해를 얘기하니 이야기의 문제를 한 번 되짚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내 일이 아니란 생각보단, 팀 내 동료로서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글은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한 저의 해소이자...ㅎ 그리고, 메일로 보내는 것은 글로 쓰면 정리가 잘 되고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저 스스로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어서입니다~^^)


우리가 나눈 문제의식 : 급여관리 업무 과정에서 담당자 간 업무 지연 및 누락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우선 승진자가 되었고 조직에서의 만 5년의 생활에서 이제, 자신의 경력 경로를 세팅해야 하는 상당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내가 해 온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내가 계속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라면? 등) 여하튼, 성장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담당하는 업무 중 큰 단위인 '급여관리' 이야기가 나왔고, 물리적으로 많은 양의 일에서 엮여 있는 사람 간 발생되는 업무 지연, 누락에 대해 매번 땜질만 하니 업무상,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 이 고민은 차차 풀어나가고요.


급여관리의 업무와 관련하여,

결국 급여 지급의 누락이 발생되었고, 그 와중에 본인이 느낀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그로 인해 결재권자에게 결재 다시 받기, 세금 신고도 다시 하기, 세무서에 월마다 보내는 감사자료도 다시 보내기. 하나의 일이 틀어지면 그다음의 단계를 또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죠. 시간도 비용이니 조직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 일(급여)이 잘 안 되어 발생되는 최악의 상황은, 직원들의 급여가 못 나가고(대표도 포함) 급여와 연결된 직원들의 생계에 문제가 생기고, 카드값이 지연되면 연체이자에 신용도도 나빠지고요. 직원들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해 조직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이탈자도 생깁니다. (문제가 발생되어야지, 비로소 일에 대한 프로세스나 책임감이 만들어진다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한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법이죠) 또한 내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작은 일로 치부하는 건 그 사람을 '버스에서 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 중, 원칙에 절대 예외를 둘 수 없는 일이 있는데 저는 그것이 '급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일 중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고, 정해진 날짜에 약속한 급여가 지급이 되어야죠. 그렇게 계약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1. 급여일을 준수하기 위해 업무 당사자간, 서로가 제공하고 안내해야 하는 일에 대한 Due date가 잘 합의된 걸까? (서로 동의한 것인지..)

2. Due Date는 서로가 잘 합의되었다면 그 일이 준수되지 않았을 때, 어떤 페널티가 있었을까?

  - 혹, 대충 사정 봐줘 가며 유야무야 유연하게 넘긴 게, 애초부터 Due date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Deadline에 맞춰 일하게 만든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해서 자료를 줄 때까지 기다린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줘야 하는가? 왜, 서로 간 시간 허비와 비효율을 만드는 요소를 심어두었을까?

3. 그럼, 급여일과 관련해서 우리가 정한 Due Date는 정말 Due date가 맞았을까?

4. Due Date에 나와야 하는 결과물이 잘 합의된 걸까?

5. 그 결과물들을 취합하여 도출된 최종 결과를 '이게 맞지요?'라고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을까?


이런 문제들과 질문이 생겼습니다. 질문은 많지만 문제와 해결은 간단해요.

'재발방지'를 목표로 우리끼리 잘 합의된 날짜와 결과물을 규정화시키면 됩니다.


근데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OO님의 경력을 한층 더 쌓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과 용기는, 정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큰 덩어리로 보면 그냥 '급여'하나의 일이지만 많은 사람과 일이 엮어 있을 땐 나누어 쪼개서 업무 단위로 봐야 하는 일도 있더라고요.

조직 안에서만 통용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산업이나 조직에서도 범용 될 수 있는 나의 노하우는 스스로 만들어간 문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 많이 대화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승자더라고요. 승진을 한 OO님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이 문장 하나였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결국 저는, OO님에게 다시 대화를 겁니다.

이 질문을 토대로 나의 일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거죠. 우리는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일을 잘 못 시켜요. 단순히 나누고 분배하면 그게 일의 지시고 시키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은 피자 자르듯이 자를 수 없거든요. 일을 시키는 방법의 시작은, 내가 '나'한테 먼저 시킬 줄 알아야 하더라고요. 내 것을 덜어주고 일을 주는 게 아니라, 대화나 논의 과정을 통해서 주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결론은, 일을 시키기 위한 전체 일의 흐름을 알고, 급여의 일에 대한 목적과 목표가 당사자간 잘 합의되어야 하며, 그 합의가 지키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페널티를 줄 수 있는지까지 합의되는 것들. 그래서 재발방지를 통해 우리의 일이 더 이상 무능해지지 않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척을 지고 싸우지 않도록 '파트너십'을 만들어 준다면.... 그 일의 리더겠네요.



용기를 가지시라고 또한 필요하다면 도와 드릴 수 있다고 편지를 드립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견해이니 다른 분들과의 대화로 더 풍성해지는 성장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은 가만히 있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