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에 오래 있다 보니, 어떤 일을 맡고 진행하는 과정에 많은 질문이나 대화가 필요하지 않아 졌다. 일에 경중이나 내용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으나 나는 점점 대화와 질문을 잃어 갔다. 주어진 일을 주어진 지시에 맞게 해결하려고 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다 막상 고치려 해도 이제는, 질문하는 나를 조직이, 동료가 이상하게 바라본다. (웃픈현실)
우리는 업무를 하면서 왜, 질문하지 않을까?
지시의 의도가 뻔하더라도 그 의도/목적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 일의 due date를 합의 했는지, 예산을 두고 Quality를 협의했는지 따져 물어야 하는데 그냥 시킨 대로 한다. 지시한 사람의 워딩 그대로 일을 하고 그 후, 상대를 설득해 나간다. 대개 이런 식이다.
"이거 갑자기 왜 하는 거에요? "휴.. 대표님이 지시하셨어요"
질문하지 않은, 개인적 측면에서의 이유는 직무상 책임보단 역할 안에서 일을 하는 습관 때문이다. 내가 맡은 '일' 이니까, 부서가 맡은 '일'이니까. 스스로 또는 타인에게 ‘왜'라는 질문 자체를 하지 못한다.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마냥 담당 업무의 진행 횟수가 누적될수록 근본적인 문제보다 당장의 해결, 처리, 보완의 방법에 치중되었다. 일의 진행과 완성에서 피드백 없음에 대해 스스로 정답이거나 잘한다고 생각한 오만함, 그로 인해 업무의 가치보다는 속도, 시간, 결과에 더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나의 관점으로 해석하니 더 나아지지 않는다. 일은 결국,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 해결에는 여러 관점이 필요한데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정답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확인은 하되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는 고집쟁이가 되어 간다.
그리고 질문을 통한 이해하기, 혹은 나의 의견을 설득하는 과정에 대한 귀찮음과 게으름, 용기 없음이다. 그로 인해 쌓인 태도가 수동적으로 바뀌어 소극적인 문제 해결로 원칙과 기준만 중시하게 되며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조직이나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정답을 맞추려 노력한다. 다른 답도 있다고 생각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가고 그렇게 수동적으로 조직에 스며든다.
두 번째 조직적 측면은, 조직의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 다르니 걸러 들으시길 권한다. 나의 조직은 문제 출제자의 잦은 변화로 장기간 가치를 높이는 일 보다 당장의 실적을 내야 하는 일, 결과를 바로 보여주는 일에 집중되었다. 지시로 인한 문제 출발, 문제 출제자로부터 인입된 외부 인력들로 인해 눈치싸움에 내부 경쟁은 심화되고 속도에 길들여졌다. 그로 인해 문제 출제자의 결정과 지시가 질문을 낯선 문화로 만들었으며, 고착화 되어 버렸다. 비즈니스 상의 제품 출시나 문제의 원인은 고객이 아닌 리더가 되어버렸으며 리더는 의도하지 않았어도 의도한 꼴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일을 하는 중에 조직의 문제에, 조직의 의사결정에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조직 안에서의 개인의 존재나 정체성을 무시했거나 너무 작은 존재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리더가, 누가 먼저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나, 리더도 팀장도 전부 다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럼 나는, 우리는 알기 위해 제대로 물어는 보았는가? 응당 조직 안에서의 의사결정이나 문제에 대해 우리는 늘 수동적이고 따라야 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존재로 스스로를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습관이 지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될까? 모두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잘하기 위한 질문보다는 외연에 더 집중하곤 한다. 그럼 정말 일이 잘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