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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Dec 31. 2021

아쉬움이란,

2021년을 보내며

2021년은, 나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한해이다. 이제까지 되짚어 본 지난 들은 무언가를 얻거나 잃는 것 등의 큰 사건 정도로 좋았다, 괜찮다, 잘했다 정도로 마무리했었다. 예를 들면 석사학위를 땄고 그런 내가 대견했으며 그 과정의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쟁에서 이긴 나를 칭찬했으며, 뒤처지지 않는 나를 인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는 철저하게 '스스로'와 부단히 경쟁했으며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해 애쓴 해였다. 비교 대상이 나의 과거-현재뿐이었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살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무언가 하나도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으며 거저 얻어지는 것도 갑자기, 어느 순간 내 삶에 훅 들어온 것도 없다. 복권도 자꾸 사봐야 당첨될 확률이라도 있듯이 우연히 알거나 얻게 되는 것은 없더라. 그래서인지 올해 나의 생각을 가득 메웠던 것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설사하고 싶은 것을 문득 떠올랐더라도 그것을 지속할 만큼 나에게 열정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하고 싶은 것을 바꿔야 하나 등 많은 잡념이 머리에 가득했던 2021년. 물론 지금도 명쾌한 답은 얻질 못했으나 올해는 이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 만족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을 잡을 수 없기에 이쯤에서 보내주려 한다. 그래서일까, 12월 마지막 주가 너무너무 아쉽다.



보내주는 와중에도 1년간 배우고 익혀 힘들게 이룩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매일 한 장이라도 책을 읽었고 많은 것들의 읽음에 생각을 더하거나 글을 써 본 것이 브런치 작가로 연결해 주었다. 스스로의 얕은 프레임에 갇혀 생각의 관점이 확장되지 못함을 늘 아쉬워했는데, 그 아쉬움이 나를 코치의 만남으로 이어 주어 나의 성장, 직무, 회사, 경력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나의 윤곽선을 희미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다. 명상을 통해 부족하지만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려 했고 그로 인해 일을 하는 동안에 감정보단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감정에 휘둘려도 예전보다 다른 회복력으로 나를 유지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이것이 모두 다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읊조렸던 것들, 또는 일기 속에 나마 적어 두었던 다짐들이 올 한 해는 나에게 많은 손님이 되어 찾아왔다. 그 친구들이 객에서 주인이 되어간다. 반가운 일이다.



아쉽다면, 아쉬운 이유를 스스로 분석해보자. 과거를 되짚어 보며 그 과정에서 다짐한 것을 생각하고 고 표현해보자. 그러는 와중에 나에게 쌓는 것이 있다면, 이미 뱉어 낸 말, 글을 모두 주워 담을 순 없어도 말과 글의 표현들을 통해 나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가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나 조차도 모르는 일들이 허다한데, 이런 주고받음의 행위를 통해 나의 자아가 만들어지더라. 세상에 완벽하고 온전한 자아는 없으며, 모두 성숙해지기 위해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고 그 와중에 성취, 보람을 느끼면서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 즐거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서 아쉬움은 나를 또 다른 시도와 도전, 기회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남들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아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한 경쟁 말이다.



"학습을 넘어 생활로 만들어라." 기사에서 읽은 글 귀인데, 지금의 나와 많이 닮은 말이라 감회가 다르다. 우리의 뇌는 플라스틱처럼 변형을 주면 이전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는 뇌가소성이 있다. 이 말은, 뭐든 시도하고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과 같다. 아쉬움을 넘어, 2022년의 나를 기대하며 오늘 하루가 무사함을 감사하고, 내일은 나를 무엇으로 채워볼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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