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진 Apr 14. 2022

조직 내 글 소통(疏通)

: 통해서 트이니 막힘이 없다.

소통, 전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느 날 이제는 다른 팀이 된 전임 팀장으로부터 SNS 메시지가 왔다.

"리더(중 한 명)께서 전 직원 공유하라네요" 라며 함께 온 url.

https://content.v.daum.net/v/E2K5oV36d8?x_trkm=t


글을 읽고 나서, 아래 댓글을 보았다. 가끔은 댓글이 다른 사람들의 관점, 입장을 이해할 때가 있어 도움이 된다. 예리한 표현들이 와닿았다.

  "자소서 쓰면 읽기는 하나? / 자소서 잘 쓰는 사람 중에 일 못하는 사람 엄청 많음. 본인의 무능력을 글로 과장해서 엄청 표현 잘하는데 막상 일은 개떡같이 / 아무리 잘 써가도 꼰대 마음에 안 들면 끝 / 길면 안 읽는다"


읽고 난 후, 내가 궁금해 글을 '전달하신 분'께 질문한 것!

 1. 채용의 기준이 아니라, 조직 내 글쓰기가 중요하다가 포인트(방점)이죠?

 2. 이 기사를 그룹웨어 게시판에 게시하는 '글 쓰기'를 위해.. 리더님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3. 갑자기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특별한 배경? 혹은 이 글을 읽고 직원들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문서 작성이 힘들지만 이렇게 하면 편하다? 등의 방법론인 걸까요?

답은, 직접 물어보라 였다(^^;;). 그래서 뭉개지더라도 뭉개고 있다. 솔직히, 묻고 싶은 마음도 없다. 짐작컨대 평소 조직 내 '글쓰기'에 대해 '작성 문서가 왜 이래'라는 불만은 있으셨을 테지만 문제 해결의 깊은 생각과 고민은 하진 않으셨을 것이다. 그랬다면 문제를 제대로 보았을 것이다. 글쓰기도 글쓰기지만, 그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소통이 되지 않았던 사례로 문제를 제대로 보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지라고 라떼를 들이켜면 오산이다. 어떻게 개떡같이 말하는데 찰떡같이 알아들을까? 그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했을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깨지고 깨져서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전수받았거나, 운이 좋았거나, 찰떡같은 눈치와 센스를 겸비한 사람은 1~2명 정도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나누는 소통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문제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조직의 문제이고 문제는 우리가 바라는 상태와 현재 상태의 Gap이다. 그 차이를 줄여 나가는 게 우리의 일이다. 그래서 어쩔 땐 그 방법이 맞기도 하지만 외부나 내부 환경이 달라지면 또 바뀌는 게 방법이다. 그 방법의 지속적 시도와 발전이 우리에게 맞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런 정답 없는 싸움에서 글쓰기로 소통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매번 만나서 대화하기 힘드니, 때로는 글로 효율을 높이기도 하고, 미리 글로 전해 이해를 돕기도 한다. 후에 전달하여 정확하게 소통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서로 합의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따라서 글로 전하는 소통의 목적을 모르고선 제대로 글로 소통하기 힘들다.

그럼, 조직 내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글을 쓰는 사람이 잘못한 걸까? 글을 쓰라고 지시한 사람이 잘못한 걸까? 굳이 따지자면 후자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 중 오고 가는 대화를 들어보면 다들 지시한 내용을 지시한 대로 전달은 잘하지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보고서를 원하는지 목적과 목표, 기대효과, Duedate, 예산을 대충이라도 설명해주는 상사를 본 적이 없다. (있지만, 그런 상사는 글로 만났다) '알잘딱깔센'으로 지시하고 시키면 절대 원하는 글이 나올 수 없다. 지시하는 사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을 어떻게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맞추어 글을 쓸까? 더욱이 함께한 시간이 얼마 안 된다면 더 어렵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의 합의조차 아직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하건, 주건, 받건 모르거나 이상한건 물어봐야 한다. 한쪽이 알면 알려주면 되는 것이고 모르면 같이 알아가면 된다. 그리고 알려줬는데도 글쓰기가 엉망이라면 불러놓고 알려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문제를 보고도 귀찮으니 지나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대화가 우선이다. 교육으론 안 된다.

빠르게 해결하려고 갑자기 다 모아놓고 교육하거나, 방법론 내세워 글에서처럼 '오레오(OREO)' 규칙을 만들고 해 보라고 안내한다. 그것이 모든 글쓰기에 맞는 방법일까? 정말 규칙대로 쓰면 글쓰기가 잘 될까? 내용이나 흐름상의 문제는 없어도 사업의 목적에서 보면 도움이 되는 글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작가를 키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조직 내 글쓰기의 좋은 사례나 방식이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기준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가져다가 가르치기만 한다.


모든 대면이나 글의 소통은 '전달'이 목적이 아니다. 전달만 하면 끝일까? 전달만 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관계없다면, 저 url을 받아서 회사 게시판에 'OO리더님 전달 글'이라 적고 아래 url을 붙이면 끝난다. (이렇게 했으면 난리가 났을 테지;;;) 교육 외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자. 문서를 작성하기 전에, 그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을 합의하고 목표를 세운 다음 언제까지 보고 해야 하는지, 확정된 혹은 생각하는 예산의 규모는 얼마인지 확인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서로 질문이나 대화하지 않으면서 기대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리에 앉아 리더가 한 말이 무슨 의도인지, 의미인지 맨날 머리를 싸매고 있어 봐야 절대 리더의 눈높이나 기대를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더 대화를 권한다.


모 회사는 리더가 되고 나면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게 '대화(Conversation)'라고 한다. 두 명 정도를 팀으로 해서 대화를 하게 하면 처음엔 어색하지만 나중엔 같이 웃으면서 온다고 한다. 정말 많이 공감한다.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대화를 서슴없이 물어보는 환경도 중요하다. 소통은 나와 당신의 생각을 서로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해서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나누는데 시간을 들이고 모으는데 시간을 들이고 합의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 들인 만큼 나오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아쉬움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