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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pr 28. 2022

변화, 쉽지 않다

#나도쉽지않다

10년간 다닌 직장을 다시 다니고 있다. 재입사가 아니라, 업무를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내디면서 수행하고 있다. 과거의 던대로 하는 습성을 (거의)버리기 위해 나는, 다시 일 하는 법을 배운다. 다시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뜻을 찾고 찾은 뜻을 다시 살펴보며, 다양한 해석을 통해 나만의 정의를 내려다. 그동안 사용했던 말들은 나도 모르게 남들이 하는 말을 사전 정도 찾아보고 사용했지,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며 사용하지 않았다. 계속 뜻을 생각하고 경험을 토대로 다시 생각해보니 말의 뜻에 왜 그렇게 생각하지란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 사이에 다른 생각이 들어간다. 다른 생각이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반복하다 보면, 능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언젠간 자연스러워 지겠지.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

퇴근 후 갑자기 '변화란 무엇일까'라고 나에게 물어본다. HRD를 기반으로 HR을 하면서 나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개인간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변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근래 1년 동안의 나를 보며 '변화'라는 말이,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전혀 쉽지 않았다. 심지어 변화하고자 마음을 먹고 스스로를 변화하기 위해 선택하고 노력했지만 아직 진행 중이고, 그 진행이 1년이 넘어간다. 


변화가 쉽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뭐든지 혼자 하려하고 혼자서 해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나 일에 다가오는 문제의 규모, 깊이가 다르며 함께 푸는 사람 역시 달라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묻는 것이 귀찮아 혼자 하려하고, 혼자 해야한다는 생각이 해결에 집중하게 만들어 변화를 어렵게 한다. 경험이 많을수록 비슷한 문제를 빨리 풀 수 있겠으나 매번 같은 방식으로 푸는 습관이, 문제를 푸는 원리를 생각하기 보단 해결에 더 집중하게 한다. 과거보다 더, 더 빨리 풀어야 할 것 같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다양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른이 이 정도도 못 풀면 창피하다고 생각하니까 조급해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는 기존의 경험이 너무 확고해 다른 예외나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던대로 해결한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섣불리 변화를 기획하고 만들면 당연히 변할 줄 알았다. 그 변화의 실행 주체는 내가 아닌데, 묻지도 협의하지도 않고서 말이다. 그래서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문제를 같이 풀 사람들과 문제를 함께 정의해야 한다. 


변화가 쉽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과정보단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화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혹은 조직이) 원하는 행동이, 태도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나올 때까지 몸에 배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변할 變에 될 化이다. 회사에서 구성원에게 의도적으로 변화를 기대하며 교육해도 잘 되지 않았다. 교육 후 잠시, 길게는 몇 개월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오죽했으면 전 대표이사에게 '교육이 이벤트냐?'란 피드백을 들었을 정도이다.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지속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긴 호흡으로 해보려 노력하지 못했다. 그래서 '화'를 생각하고 '변'에 교육과 비용을 들이지만 일회성, 단기로 끝나는 것 투성이었나 보다. 그리고 변화의 필요나 이유에 대해 최소 서로 이해는 했는지 먼저 대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는 늘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이다. 누구는 공감하지만 누구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변화라는 교육의 한 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교육을 했다, 그래서 변화 될 것이다란 결과가 아닌 가정을 품는다. 그 후에라도 풀고 나서 그때는 그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풀면 풀 수 있을지, 정답이 있는 문제라도 5지선다형에서 1번이 답이라고 언제까지 확신할 수 있을지, 만약 정답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어야 했다.



진짜 변화

변화를 위해 '그 정도는 해야지', '회사를 위해서'라고 과정을 쉽게 생각하거나 당연시하지 않아야 한다. 결국,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나쁠 수는 없다.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목표에 못미치는 결과를 얻기는 해도 최소한 과정이 좋으니 그것만으로도 배울 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정을 복기하며 다시 풀면, 다른 답도 나오고 더 좋은 답도 얻을 수 있다. 그 답에 함께 푸는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확인할 건 확인하고 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변해서 될 것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나 또는 타인과 계속해서 대화해 가며 습관을 만들고 속도를 맞추고 안되면 다시 하고, 보상도 주다 보면 그 과정이 나 또는 우리도 모르게 몸에 배겠지. 합을 맞추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또 그 과정에 충실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또 달라지니 '변화'가 쉬운 것이 아니다. 너무 쉽게 '변화하라' 외쳤던 내가 반성되는 퇴근 후 였다. 


'왜, 우리는 변화해야 할까?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까?' 를 함께 고민하며 그 변화 과정에 누구와 함께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줄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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