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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an 01. 2023

[하이브마인드] 이메일로 일을 시작한다는 착각

#그래서 일을 했다고 생각

신설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회사를 분리해 본 적은 있으나, 물적분할로 인한 신설회사 설립은 분리와는 또 다르다. 여튼 분할 후 만들어질(신설)회사 등기, 사업자등록증 발급 후 관련 업무의 누락이 없도록 각 부서 실무자들이 사업자번호, 대표가 바뀐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일을 예측하거나 조사를 통해 필요한 일을 리스트업 해서 업무를 모으자는 결론이 났다.


**우리의 합의 : 신설회사 설립을 목표로 업무에 누락이 없도록 중요, 긴급 업무의 리스트 업

그래서 이메일을 보내고, 부서별로 회신 온 내용을 취합하고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들었던 생각.


**회사 설립을 모든 직원이 알고 있더라도 그 메일에 모두 답을 주는 건 아니다

그 메일을 읽었어도, 팀장이 미팅에 와서 내용을 듣고 갔어도 직원 개개인은 그 일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 그래서 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그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일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는데, '보냈으니 알아서 주겠지', '안 보내는 부서는 공동의 목표 의식도 없고 일을 안하는 부서'라고 생각한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 (뭐 속으론 투덜대더라도, 최소한 확인하거나 물어서 일이 되게 했를테다) 완전한 100%의 긍정과 적극성으로 일을 받아들이진 않았을테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최소 0%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메일, 단체 카**톡은 일의 시작을 알릴 뿐, 끝이 아니다.



**또한 메일을 보냈다고 그 내용을 다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거나 인지하는 건 아니다

도서 [하이브마인드]는 위 사례를 꼬집는다.

[*하이브마인드 활동과잉 :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같은 디지털 의사소통 도구에서 오가는 비체계적이고 무계획적인 메시지와 지속적인 대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업무 흐름. 하이브(hive)라는 벌집에서 유래했다.]

[션은 매일 끊임없이 방해를 받아야 했다. 션은 '메시지'에서 '일'로, 다시 '메시지'로 주의를 급격하게 전환할 때 마다 명료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그는 휴대폰 알림을 혐오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의사소통 때문에 쏟아야 하는 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회사의 효율성을 떨어트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중략- 이 모든 디지털 교류가 우리를 더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션의 생각은 지극히 일반적인 것으로 드러나는 중이다.]  

[우리의 조직이 하이브마인드에 의존하는 경우 수신함이나 채팅 채널을 오랫동안 살피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운영이 느려진다. 하이브 마인드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주의를 '일'에서 '일에 대한 대화'로, 거기서 다시 '일'로 맥락을 자주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 전환은 잠깐이라도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인지능력과 효능 저하와 피로감이 생긴다. 신속하게 업무를 맡기고 피드백을 구하는 일은 당장은 능률적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를 달성하는데 있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여 생산성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높다.]

["이제 사람들은 이메일에 답하는 걸 진짜 일과 혼동해요. 이메일을 작성하고 모두에게 참조를 거는 게 '나는 이만큼 일하고 있어요'라고 알리는 퍼포먼스처럼 되었어요."]



**일을 나누어 요청한 메일에 답변을 정리하고 부서마다의 일을 취합했지만 전체 합이 100이 아니다. 목표 달성과는 별개다.

일을 취합한 후 뭘 해야 하는지만 대강 알았을 뿐, 그 일이 결코 목표 달성에 맞는 일인지는 다시 봐야 하거나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해 봤어야 했다. 나누고 나서 다시 더하면 100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당장 뭘 해야 하는데? 결국 위에서 부터의 업무가 있음에도 한쪽(아래)만 정리한다는 건 일의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의사결정이 급히 필요한 일(회사상호, 등기를 위한 임원 선임, 정관, 임대차계약 등등)이 많았고, 그 결정 후 다음의 일이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도서 [하이브마인드]는 책 중간에 이렇게 말한다. '불편을 두려워 하지 말자.' 조직 내 활동과잉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개개인에게는 당장은 정말로 편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메시지 송수신을 둘러싼 에티켓 정도를 홍보하기만 하면 된다. [자율성의 함정(일하는 방식의 세부적인 측면을 개인에게 맡긴 자연스런 결과)에 빠지지 않고, 일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재고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개선을 향해 나가지만 불가피하게 단기적인 불편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두려워하지 말자. 비즈니스에서 좋은 것과 쉬운 것, 이루는 것과 편한 것은 같지 않다.]


보낸 이메일을 확인하고 숙지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점점 드물어 질 때(심지어 같은 팀도;;), 분명히 메일로 회의에 논할 자료를 배포했지만 그 자료를 사람수대로 출력하고 있을 때, 회의가 결정이 아니라 논의로만 끝날 때, 이메일로 상세하게 안내를 했지만 기본적인 것을 물어 올 때, 요청한 자료가 한없이 늦어질 때, 대화 한번이면 끝날 수 있는 일을 이메일로 계속 회신, 재회신, 재재회신 하고 있을 때(같은 조직내 구성원과 나눈 얘기를 굳이 증거로 남겨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 잦다면, 이메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가짜노동에는 관중이 필요했던 것이다. 관중이 없을 때 우리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너무나 많다." -가짜노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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