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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Dec 20. 2022

[착각하는 CEO]소문의 힘은 사실보다 강하다

#도서:착각하는CEO

직접적인 정보(과거의 형태)와 간접적인 정보(타인의 평가)를 모두 보여주며, 그 내용이 동일하거나 상반 될 때 사람들(실험대상자)은 어떻게 행동할까?



회사가 물적분할을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종속회사 보다 신설회사로 더 많이 이동한다. 종속회사는 주식회사이고, 신설회사는 비상장 법인이다. 물론 좋은 상황에서의 분할(잘 되는 사업부를 떼내는)이라면 신설회사로 가는 것이 나쁘지 않으나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우리는 '끈 떨어진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더구나 나의 적(籍)이 바뀌는 중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묻거나 정보를 알려달라 요구하지 않으면서 소문만 무성한 얘기가 현실로 공개될 때는 그 허탈감, 상실감도 제법 크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될까'란 생각만 하게 된다.  



조직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을 때 인사담당자로서 불안하지 않아도 됨을 누누이 설명하지만, 그 불안을 넘어서지 못할 때 인사담당자로서 종종 지칠 때가 있다(그래도 그 지침을 다른 가능성이나 기회로 봐주는 동료가 있어 다시 일을 하게 되는 이유인 듯).


A직원이 퇴사하면서 물적분할로 자금 능력이 떨어진 회사가 퇴직금을 제 날짜에 줄 수 있을지 불안해 했고, 여러번 얘기했지만 믿지 않아 퇴사 후, 14일 이내에 급여와 퇴직금을 모두 정산한 적이 있다(보통 우리회사는 합의하에 금품 지급기일 연장동의서를 받고 모든 인사행정이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일괄 지급하므로 23일여 시간이 소요된다). 당시 여러번 대화하며 불안해 하지 않도록 설명하고 더 친절하게 모든 행정서류를 적극적으로 준비해 주었었다. 1년여라 퇴직금을 떼 먹을 수도 없고(금액이 크지 않으므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선 변제가 된다 해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 지급할 건지 날짜를 명시해 공문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지급해 주었다. 회사가 한 번도 급여나 퇴직금을 늦춘 적이 없는데, 고작 1년여 근무한 팀장급 A가 얼마나 불안하면 그랬을까 싶었다.


오늘 B직원과 퇴사 얘기를 하며 남은 행정업무를 논하다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았다. 심지어 B직원은 성과급을 받고 퇴사할 수 있도록 더 유리하게 퇴사일을 맞추고 잔여 연차를 어떻게 할지를 상세히 안내해 주었는데, 내가 내심 서운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A직원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란 말에 속으로 탄식이 나왔다. 같은 팀이라 상당히 세세하게 회사의 자금 사정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만 확인이라도 해보고 얘기를 나누면 더 좋았을 것을. 조직 생활 10년 넘어가는 두 선배를 보며 팀의 후배들은 얼마나 불안해 했을까란 생각과 소문은 그렇게 불안을 먹고 커진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바라는 대로 해 주겠단 대답만 했다. 다만, 회사가 B님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성과급은 안 주고 이별할 수 있지만, 그동안 보였던 B님의 태도의 고마움과 함께 더 일하지 못한 아쉬움을 위로하는 성의가 아니겠느냐란 말로 대화는 끝이 났다.



실험에서는 참가자의 44%는 소문에 의해 자신의 결정을 바꿨다.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사실보다는 소문에 크게 휩쓸렸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무리 정확히 내린 인사 평가라 해도 그 직원의 주변인들이 수군대는 뒷담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 역시 소문에, 타인의 평가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나 그런 소문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부정적인 소문이 확대되거나 재생산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마음의 불안이 일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 본인 뿐만 아니라 동료의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슈에 대해 궁금하면 직접 인사담당자에게라도 용기있게 물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은 헛헛하다. 같은 책에 '신뢰의 가격'에 대해 나오는데, 일반화 할 수 없지만 경제학자 폴 자크는 '타인이 믿을만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15%증가할 때 마다 1인당 연간소득은 1% 상승한다'고 한다. 조직에 빗대어 보면 조직을, 동료를 믿을만하다는 직원이 많을수록 조직의 생산성, 만족도는 증가한다는 얘기겠다. 가설만이라도 상당히 설레는 문장이다. 믿음만으로 생산성이 올라갈까를 고민한다면, 믿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위 사례로 보면 이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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