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라는 직무를 하고 있어서인지, 내 생각이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이나 직장, 개인에서의 문제는 늘 답이 없다. 혹여 답이 있는 문제더라도 그 풀이 과정은 또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요인들도 한 몫을 하니 답이 같다고 내용도 같은 건 아니다. (그러니, 매 순간 순간의 삶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그렇다고 거저 만들어 지는 것도 없다.
현 직장에서 만 10년을 근무하고, 이만하면 하산까진 아니더라도 정상에 가까웠다 싶다가도 어쩔 땐 다시 시작점에 있을 때가 있다. 비슷한 일인데 새로 하는 일 같고, 같은 일인데 다른일 같고, 할때는 몰랐던 또 다른 요인이 보이고, 주변에서 오래 일했던 동료인데 또 생각이 다름을 느낀다. 이 과정의 연속을 늘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물론 당시에는 쉽지 않았겠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모든 과정이 그러했다) 그 이유를 찾다, 문득 전문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전문가가 되어 있을까, 될까를 고민하다 문득 그 전문가라는 것이 끝이 있을까? 어떤 수준의 전문가를 상상해 놓고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상상해 보면 그게 전문가로서 끝일까? 오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또한 그 자리를 유지하고 또한 쉽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이제껏 해왔던 것과는 다른 싸움이나 과정이 또 생길것이다. 어쩌면 커리어에 있어 전문성이란 것을 두고 유한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내가 전문가나 전문성이 갖고 싶다고 일단 생각을 했으면 모든 순간, 모든 날이 과정이 된다. 단, 그 과정에서 일으키는 바람이나 영향력 정도는 다를 수 있으나 뭐든 한.번.으로 한.번.에 되는 것은 없음을 출근길에 다시 또 생각한다.
그러니 조급하지 않아도 되고, 조급할 이유도 없다. 생애 통틀어 직장에서 일 할 수 있는 기간이 30년이라고 한다면, 현재 나는 중간정도에 와 있다. 앞으로의 남은 기간을 어떤 과정으로 내가 원하는 전문가의 전문성의 길을 갈 것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단 뜻이다. 5년 전, 대학원에 진학할 때 5년 후 나를 상상했을까? 어떤 시도들이 분명히 이유없이 이루어 지지도 않지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우연만으로만 목표를 만들거나 달성할 수는 없다. 좀 더 계획하고 디테일한 장기 계획을 통해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지만, 그런 시도들이 자신만의 전문성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전문성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리로는 늘 일에 대한 고민, 나아짐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해서 하는 것. 그래서 갑자기 샤워 중에, 밥 먹다가, 수다떨다가 아! 하고 번쩍이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거나 이렇게 풀면 되겠다 싶은 방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불편한 문제를 문제로만 두지 않고 어떻게든 풀려는 그 간절함이나 답답함이 일상의 태도에서 만나는 상황들 말이다.
기억에 남았던 성취, 성과의 뒤에는 나 또는 타인의 노력이 함께였으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힘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투입(고민, 시간, 에너지, 학습)은 결과에 상관없이 유의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고 잘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성을 쌓아가는데 있어, 아니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함께하는 상대를 존중하고 믿는 것에 노력이 필요하고, 해내기 위한 관련 스킬이나 지식, 시행착오 등 그 시간을 견디고 버티어 낸 스스로(또는 함께한) 그 노력에 대한 감동이나 만족이 없었다면 성취나 성과가 기억에 남지 않았을 테다.
전문성, 실력을 갖는다는 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 또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으며 함께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얼마나 최선을 다 하는지가 나의 전문성을 결정하거나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올바르게 잘 쌓이면 그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에 가까워진 존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래서, 늘 문제를 풀거나 내는 것에 두려워 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며 피하거나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