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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pr 10. 2023

인수인계

평상시 일의 태도가 퀄리티를 결정한다

인수인계를 보름간 진행(넘겨주면서)하며 사전 준비부터 과정을 기획-계획하며 느낀 점을 글로 남겨 본다.


과거 인수인계를 할 때 나의(넘겨주는) 입장에서 담당했던 일의 절차나 과정을 설명하며 '나는 이렇게 열심히 했다'로 접근하여 설명한 적이 많았다. 즉, '일'을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일을 넘겨 주었다. 그래서 늘 나오는핑계(충분하다는 없고)는 '인수인계 시간'의 부족(더 많이 알려줄 수 있는데), 그리고 '이게 최선이었다(나는 문제가 없다)', '일단 이렇게만 하면 된다(다음은, 맡은 너님의 몫)'는 것이다. 


아마도 보통의 인수인계 상황은, 1) 퇴사로 인해 일을 받거나 넘기는 상황 2) 인사발령으로 인한 담당자 변경 3) 단순히 부서내 업무 담당자가 바뀌는 것. 대부분 일은 가만히 있고, 사람이 바뀌는 경우에 진행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의 인수인계를 일 보단 사람(담당자) 관점에서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중 발견한 아래 문장은, 인수인계에서 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중요한 문장이었다.

"레이아웃이나 형식을 파괴하고 싶거든 기본적인 형식의 원리를 이해한 사람만이 깨트릴 수 있다."


업무를 전해주고 나서 한번쯤, 뭔가 정확하지 않은데 확신에 차 얘기한 찝찝함을 느끼고도 다시 따져 주지 않았으면 나 또한 일을 제대로 몰랐던 거다. 그래서 그동안 일을 받았던 입장에서 일을 주는 입장으로 바꾸어 인수인계를 준비하며, 더 알아야 할 것도 따져봐야 할 것도 많았다. 맡은 '일'을 조직의 관점(직무상 책임)에서 '일(책임에 따른 구체적인 역할)'로 맞추어 설명한 다음, '일(목적, 목표)'을 하는 내가 바라본 일(직무상 책임과 역할이 맞는지)의 관점, 마지막에 '그래서 나는 이런 원칙에 의해 이렇게 일(누락 없기 등)을 진행했다'로 종결되는 것이 베스트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회사 입장에서 '급여관리'의 업무상 책임/역할을 먼저,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한 각 구체적인 과정을 확인 후, 적합(타당)한지 따지고 각각의 일의 목표에 따라 수행하면 일이 되는 것이다. 그 일을 하면서 각 목표를 달성했으며, 달성한 결과가 조직에서 바라는 급여관리의 책임과 역할에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간혹 높은 원칙의 수준을 세워 과도한 일의 목표가 세워졌을 수도 있고, 때론 각 담당자별로 업무 기한이나 퀄리티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 과정에 피드백을 다시 반영해 일의 목표 달성 과정에 기여하거나 안되면 과정을 바꾸는 등의 운영 퀄리티를 높일 수도 있다.



인수자에 맞추어 눈높이 설명(난이도 등)도 당연하지만, 적어도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일을 주는 사람이 일의 과정 전체를 파악하며 왜 그렇게 되어지고 그 과정이 왜 생겼는지를 궁금증을 가지고 고민해보고 찾고 물어 이해해야 한다. 했던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이 안되면, 그 일을 제대로 모르거나 하던대로만 했던거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해도 최소한 바뀌면 안되는 조직 차원의 규칙(예.법적 이슈)도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의 전체를 알고 과정을 이해하며 일하는 것이 기본인 사람들이다. 이럴 경우 담당자의 업무 확장성이 더 넓어진다. 하는 일에 대해 'why'를 묻고, 궁금해 하는 것이 담당자의 업무 확장성을 넓히는 가장 우선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상시 일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 태도가 평상시 일하며 만들어 지지 않는다면, 갑자기 인수인계 때 생기거나 만들어 지지 않는다. 단, 모든 일에 정답은 없다. 단지 조직에 가장 적합한 해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 적용하며 만들어 가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왜 이렇게 했어요?'란 묻는 말에, 'OO부서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 원래부터 이렇게 해왔다'이다.)


최선의 인수인계를 방법론으로 얘기해 보면

1. 일의 목적, 목표, 프로세스, Due Date & Deadline, Output을 모두 적어보고

   (나의 기준이 아닌 조직의 기준으로 절차, 과정을 적고 MECE 파악)

2. 왜 이렇게 진행이 되어야 하는지의 과정이나 절차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왜, 이 작업이 필요한가? 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이 작업은 다른 업무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3. 절차나 과정의 설명이 누락 혹은 중복이 없는지 살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뉴얼로 정리되면 더 좋다.

   (암묵지를 형식지화하는 작업으로 머릿속에 맴도는 것을, 문서로 정리해 보자. 적으면 생각이 정리된다.)

4. 계획대로 설명하고 있고 인수자가 이해하는지, 부족한 부분은 추가하거나 질문을 받아 본다.

5. 그 다음 무엇이 더 필요한지, 혹은 내가 고민했으나 넘겨야 하는 시점에 되지 않았던 것은 무엇인지, 왜 그 고민이 들었는지를 추가로 설명한다.


방법론 외에, 인수인계의 퀄리티는 평소의 담당자가 일하는 습관에 좌우 되는 경우도 많다. 일을 다루는 툴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바뀌면 일들이 조금씩 변해가는데, 그때 중요한 기준이나 원칙은 절대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조직의 원칙이나 규칙을 최우선에 두고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 일의 절차나 과정은 일의 원리를 기반으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다듬어진 것이다. 즉 일의 과정에서 일을 여러번 하면서 담당자별로 경험한 실수를 개선하거나 장애를 제거하는 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보완하고 적용한 것을 토대로 실험해보고 얻은 것이 지금의 '일'이다.


만들어진 과정을 모르고 단순히 '이게 빠르기 때문에' 또는 '들어가는 품이 적어서' ‘이게 필요해 보여서’라고 일을 설명하는 사람도 있는데, 회사 내에서 검증하고 검증되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만 알고 있는 노하우, 핫라인, 정보 등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갑자기 그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잠시 부탁해도 완벽하진 않지만 비슷하게 진행을 시킬 수 있는지를 평소에 염두에 두고 매뉴얼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일의 절차에 맞게 폴더를 정리하거나(1. 기획-품의/ 2. 운영 / 3. 결과보고 등), 일의 task-직무의 단위로 폴더를 만들고 일을 정리하는 습관(급여 : 급여계산/급여지급/원천세/4대보험/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마다의 한 사이클이 끝나고 나면 업무를 정리하거나 회고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인계와 반대로 내가 일을 받았을 때를 생각해보니, 직원들의 인수인계 모습이 상당히 다양했다. 대부분 일을 '내'가 어떻게 했는지 '나'의 방법을 그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중 좋지 않았던 모습은 자기가 한 일을 공치사 하는 사람인데, 일을 사랑하는 건 당사자 맘이지만 일의 목적과 목표를 소통하는게 우선이면 좋겠다. 또한 인사담당자로서 어느 한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조직차원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시스템화하여 정립되면 좋겠다. 평소에 일에 대해 얼마나 체계화 시키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결국 모든 일의 퀄리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부서 안에 이런 순기능이 전파가 되고 다듬어지면 하나의 문화가 될거라 생각한다. 현 회사의 직무 기술이 10년 넘게 바뀌지 못하고 있는데, 이 정리만 잘 되어도 직무 분석에 굳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에 처음 마주한 [산업안전] 업무가 절차도 복잡하고, 품도 많이 들어 업무를 정리해보자는 마음으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그 만든 자료가 인수인계할 때마다 도움이 되었다. 거의 5년이 넘어가는 자료지만 여기에 다음 담당자가 본인의 노하우를 추가하고 추가하면 좋은 매뉴얼이 되지 않을까.


*[산업안전보건 중 산업재해 업무 매뉴얼]의 내용

*첫번째 시트의 '산업재해 관리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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