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은 나의 첫사랑이야"
사람들은 결혼과 장례를 통해 사람이 걸러진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던 사람들은 계속 나의 안부를 전해왔고, 겉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떠나갔다. 나는 퇴원 후 주위에 나쁜 친구들을 다 끊었다. 그리고 나를 정말 사랑해 주는 친구 3명 정도와 관계를 유지했다.
내가 졸업할 때 같은 학년 여학생 한 명이 자살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게 나라고 소문이 났다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내 친한 친구에게 내가 살아있는 게 맞냐고 물었단다. 그만큼 나는 언제 목숨을 끊어도 이상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겨울에 스타킹을 입지 않고 짧은 교복치마를 입었던 나는 추위를 느끼지 않았었는데 20살 성인이 되고 나서 찾아온 겨울은 참 추웠다. 태어나고 처음으로 바람의 냄새가 느껴졌고, 함박눈의 냄새가 느껴졌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잠시 다른 나라에 있었던 내가 현실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나는 가장 중요한 입시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1년 재수생활을 하기로 했다.
어느 날 교회 반주를 하고 말씀 시간에 뒤에 앉아 목사님을 보고 있는데 한 옆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왠지 익숙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교과서에 심심할 때마다 그리던 그림이 있었는데 눈이 작고 코가 높은 남자 캐릭터였다.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말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내 그림과 같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언니가 어느 날 자기가 아는 교회 오빠가 있는데, 한 곡의 악보가 없어 그 악보를 구하고 있다고 좀 그려달라고 말했다. 그때 언니는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로 악보를 듣고 그리기는 어려워했다. 나는 실용음악 작곡을 준비하고 있었어서 듣고 악보를 그리는 게 가능했다. “내가 왜?”라고 대답했는데, 그 악보가 필요한 사람이 내 그림의 주인공이었다. 나는 열심히 악보를 그렸다. 평소 그리는 것보다 더 이쁘게 그렸다. 나는 남자들이 나에게 오면 오고 말면 아닌 거라고 생각하는 쿨한 여자였는데, 왠지 그 그림의 주인공에겐 노력해서 친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악보를 그려 전달했고, 고맙다는 메시지가 왔다.
어느 날 청년부에서 훈련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성경의 지식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열심히 무언가 할 마음이 없었다. “아니요. 전 하지 않아요”라고 거절했다. (나는 교회에서 별명이 싸가지였다.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니가 지나가는 말로 “그 오빠도 그 훈련에 들어간데~“라고 말했다. 나는 바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나의 그림 주인공을 보러 들어간 건데, 그 훈련을 통해서 엄마가 믿는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폭력을 겪으며 질문했던 질문들의 답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엄마의 삶을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삶에선 그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았다. 20살 때 비로소 살아계신 하나님을 내 삶 가운데서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나의 모든 행동이 무거워졌다.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 하던 나에서 이제 조금씩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생각 있게 행동하게 되었다. 남자친구를 만드는 문제도 예전 같았으면 그냥 만드는 식이었지만 내 이상형인 이 교회 오빠한테는 내가 쓰던 방법을 쓰지 않았다. 조심히 행동하고 조심히 말했다.
나의 그림 주인공은 내가 보지 못한 남자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교회에 왔는데, 내가 본 남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하고 자신보다 남을 귀히 여기고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남자였다. 그리고 교회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었다. 감사하게도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서 마음을 얻었고 교회에서 이성교제는 엄격했던 터라 우리는 좋아하지만 다른 연인들처럼 놀러 가거나 1일 100일 1000일을 세지 못했다. 그래도 서로 일기장을 쓰며 마음을 나누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서로 함께 성장했다. 만약 우리가 밖에서 만났더라면 그냥 평범한 연인처럼 사랑하다 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제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함께했고 같이 자라났다.
그러나 나는 항상 마음에 짐이 있었다. 지금의 남편은 이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인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미안했다. 어느 날은 용기 내어 말했다.
"나는 예전 남자친구와 순결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의 남편은 당황하거나 화를 내거나 나를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나는 오늘도 그것보다 더한 죄를 지었어요.”
성경에 간음한 여인을 향해 사람들이 돌로 칠 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예수님과 여인이 남았을 때 예수님이 물으신다
”정죄한 자가 없느냐 “ 여인은 대답한다. ”없습니다 “ 예수님이 대답하신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
나는 그날 이후 확신했다.
‘이 사람이 내 미래의 배우자구나!’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남편에게 고맙다.
내 결혼식날 내 친한 친구들은 말했다.
"야 네가 그리던 그림이랑 너 남편이랑 똑같이 생겼어."
남편에게 말하고 싶다.
”여보 당신은 나의 첫사랑이야(처음 사귄 건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의미를 알려준 첫사랑)
부족한 내 남편이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