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계가 몹시 시끄럽다. 5월 말 BYD가 최대 34% 가격을 인하하자, 다른 브랜드들도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장성자동차 회장은 “자동차업계에도 헝다 같은 회사가 있다”고 공개 경고했고, BYD의 재무구조에 대한 각종 루머가 쏟아졌다. BYD가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업계 구조조정은 본격화되고 있다. 한때 500개에 달했던 전기차 스타트업 중 이제 100여 개만 생존했고, 결국 20개 안팎만 생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식 '공급측 개혁'이다.
이런 소란 속에,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 있다. 바로 토요타의 중국 전기차 투자다. 지난 2월 토요타는 상하이에 렉서스 전기차 및 배터리 전용 공장을 100% 자체 투자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상하이시 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금산구에 총 146억 위안(약 2.8조원)을 투자해 113만㎡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2027년부터 연간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배경은 분명하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토요타도 뒤쳐지기 시작했다. 2024년 중국 내 판매는 6.9% 감소했다. 기존 합작사는 광저우(GAC Toyota)와 장춘(FAW Toyota) 기반으로, 핵심시장인 상하이 및 화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상하이 기반의 GM과 폭스바겐이 주춤하는 사이,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팩토리로 성공하는 것을 본 뒤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은 5월 상하이 모터쇼 직전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전기차·스마트카 기술에서 앞서 있다. 중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차를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다."
립서비스가 아니다. 실제 실행에 들어갔다.
이번 결정은 최근 내가 강조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중국전략 재설계’에 매우 충실한 사례다.
첫째, 진정한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의 구축이다. 중국인 총경리를 임명했다. 외부 영입이 아니고 기존 GAC Toyota 출신이다. 중국시장에 밝고 토요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다. 기존 여러 도시에 흩어져 있던 토요타의 R&D 거점을 상하이로 통합했고, 중국인 엔지니어가 개발을 책임진다. 글로벌 모델까지 중국에서 정의하고 설계하는 등, 실질적 개발 주도권을 부여했다. 소프트웨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텐센트(AI), 모멘타(자율주행) 등 현지 기업들과 협업도 확대 중이다. “중국을 위한 제품”에서 더 나아가서 “중국에서 만든 글로벌 제품”을 목표로 한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재배치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부품 현지화율이 95%에 달한다. 장강삼각주 지역에 4,000여개의 전기차 부품사가 밀집해 있어 조달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토요타는 이 상하이 EV 공급망을 적극 활용해, 중국 내수는 물론 수출용 전기차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인근 양산항을 통해 유럽과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야심차게 준비 중인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도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해, 글로벌 공급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흥미로운 비교 대상은 장기간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폭스바겐이다. 작년 25억 유로를 투자하며 허페이에 대형 EV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과 기술 생태계 협업이 독일 본사 중심에 묶여 있다는 평가다.
이 결정 이후, 앞서 언급한 극심한 가격경쟁과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기술 경쟁 역시 점점 격화되는 중이다. 토요타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관리하며 이 치열한 경쟁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중국 내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기술패권 경쟁도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내린 이 과감한 결정은 우리 기업들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