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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中 스타벅스,
해법은 KFC 모델?

by 김영수

잘나가던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이 심상치 않다. 2024년 매출은 21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기존점 매출은 8%나 빠졌다. 반면 최대 경쟁사 루이싱(Luckin)은 매출 344억 위안(+38%)에 매장 수는 2만 개를 돌파하며 스타벅스를 3배 이상 앞질렀다.


10년 전, 상하이 지역 스타벅스는 대만기업 통일과의 JV로 운영 중이었다. 당시 만났던 JV 총경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고민은 한 쇼핑몰에 매장을 두 개 낼지, 세 개까지 낼지다." 스스로와 경쟁할 만큼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2017년, 스타벅스는 통일의 지분을 13억 달러에 인수하며 중국 전역에 직영 체제를 구축한다. 그 무렵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컵은 3선 도시에서도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해 말, 전혀 새로운 경쟁자 루이싱 커피가 등장한다. 불과 1년 만에 2000개의 점포를 열더니, 2019년에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창업자 루정야오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스타벅스와 커피 한잔 비용구조를 비교하는 슬라이드 한 장으로 사업모델을 소개했다. "원두 원가는 비슷하지만, 인건비와 임차료가 압도적으로 낮다. 절반이 안되는 가격에 팔아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좋은 입지의 허름한 건물에 입점하고, 앱으로 사전 주문을 받아 점포에서 픽업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대폭 줄인 덕택이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모델이었다.


2020년초, 시총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루이싱은 공매도 리서치 기관 Muddy Waters의 매출 조작 폭로에 무너진다. 주가는 97% 폭락했고, 결국 나스닥 상장 폐지. 창업자는 쫓겨나고, 수천억 원대 벌금과 소송 합의금이 뒤따랐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루이싱은 살아났다. 지배구조와 경영진을 정비하고, 2022년부터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소형 매장과 디지털 중심의 효율적 모델에, 공격적인 신제품 전략까지 적중했다. 2019~2023년 중국 커피 시장은 두 배 이상 성장했고, 새롭게 유입된 젊은 고객들은 루이싱 같은 로컬 브랜드를 선택했다.


저가, 디지털, 현지화된 맛과 캠페인.


로컬 브랜드들의 무기였다. 2023년, 루이싱은 드디어 스타벅스를 매장 수 및 매출 모두 추월한다. 심지어 회계부정으로 쫓겨난 루이싱의 창업자 루정야오도 2022년 쿠띠(Cotti)라는 커피 브랜드를 다시 만든다. 1년 반 만에 매장 1만 개를 열고 단숨에 3위로 올라선다.


스타벅스와 루이싱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 급성장하는 또 하나의 섹터, 차음료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다. '동방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패왕차희(覇王茶姬). 차음료 브랜드이지만, 로고부터 제품명, 공간 구성까지 "픽셀 단위로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했다"는 창업자의 말처럼 분위기가 닮았다. 단, 가격은 절반 수준. 8년 만에 7천 개 가까운 점포를 열고 나스닥에 상장했다.


"제3의 공간"을 주장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던 스타벅스도 결국 루이싱 모델을 따르기 시작한다. 앱 주문/매장 픽업 서비스, 적극적 신제품 출시와 콜라보 마케팅. 그리고 올해는 가격인하까지.


그럼에도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듯.


스타벅스가 중국사업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소수 지분일지 경영권까지 포함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Hillhouse, 칼라일, KKR 등 중국계/글로벌 PE부터 메이퇀, 화룬 등 중국 전략적 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론되는 가격은 50~60억 달러라는데 제법 흥행이 될 분위기다.


한국에서도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급성장 중이다. 가성비 소비가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래도 한국의 스타벅스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메가커피와는 다른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반면 중국의 스타벅스는 루이싱의 그림자에 갇힌 듯하다. 생코코넛 라떼로 히트한 루이싱에 맞서 야심차게 선보인 올리브오일 커피는, 중국 소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콜라보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루이싱의 마오타이 라떼처럼 시장을 흔드는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KFC의 사례가 오버랩된다.


1987년 중국 진출 후, 죽을 아침 메뉴로 내놓는 등 현지화에 가장 앞섰던 브랜드가 바로 KFC다. 글로벌 표준화를 고수하던 맥도날드를 한참 앞질렀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실적이 주춤하자, 2016년 중국계 PE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국사업을 100% 분리, 뉴욕 증시에 별도 상장시킨다. 이후 디지털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2024년 1만 점을 돌파한다.


미국에선 스타벅스 매장 수의 1/4에 불과한 KFC가, 중국에서는 스타벅스보다 50% 이상 많다. KFC에 계속 밀리던 맥도날드 역시 2017년 유사한 방식으로 중국사업을 스핀오프해 성장에 속도를 냈다.

2017년, 많은 외국계 리테일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현지 투자자를 유치해 중국 사업을 떼어내던 시점에, 스타벅스는 오히려 JV지분을 되샀다. 고전하던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8년이 지난 지금... 결국 KFC의 길을 따르고 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KFC와는 달리, 훨씬 강력한 경쟁자들로 둘러싸인 스타벅스가 로컬 expertise를 등에 업고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하긴,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는 2021년 JV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이제 신세계가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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