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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YS Oct 16. 2023

살구를 담다

첫 작품은 보드카에

매년 5월이면 1시간여 남짓 운전해 실리콘밸리 주변의 과수원을 찾는다.  Brentwood에서부터 남으로 Holister와 Tracy 등지의 농장에서 'picking'을 가장한 인력동원에 돈을 내고 참여한다. 농장주는 어차피 떨어져 버릴 과실들을 치워서 좋고 손님들은 왠지 신선한 과일들을 아이들과 직접 따오는 '자연실습'에 참여해 뿌듯하다.


살구꽃도 향기롭지만 과실익는 냄새도 못지않다

살구가 뜨거운 땡볕에 익으면 이리 달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picking 한 후의 Box 가득한 과일을 처리하기가 이리 더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길목 군데군데 자리한 농장 직판에서도 과일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과일을 처리하는 데는 역시 쨈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

물론 한국에서의 과일청과는 달리 공정이 몇 개 더 추가되어 번거롭지만, 연말에 선물로 잘게 나눌 수 있어 여러모로 애용된다.


과실주를 담아볼 까 하다가도 한국에서 담근 과실주의 소주향이 늘 거슬려서 못내 진행을 못하다 무미무취의 고순도 술에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보드카를 샀다.


흔하다

살구는 잘 씻어 소쿠리에 두고 물을 빼고, 마켓에서 싸고 흔한 보드카 한 병을 대 사이즈(750ml)로 구입하고...

같이 구입한 큰 유리 Jar를 끓는 물에 소독한 후 잘 말려두고, 병의 40%가 찰정도의 살구들을 담았다. 나머지 여분의 공간에 보드카를 채우니 한병 족히 들어간다.


거의 3달여을 숙성시킨 후, 금빛으로 물든 살구주를 여름 끝 무렵에 내어 먹었던 것 같다.


각자의 유리잔에 얼음을 그득 넣고 국자로 한 scoop씩 담아내었다.  


향도 달고 맛도 달고, 여름밤도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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