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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할 윤 Oct 24. 2020

돈은 없지만 교환학생 갈래요

독일 교환학생 비하인드 스토리 #9

엄마, 나 독일 갈 거야.


"독일을 간다고? 돈은 어떻게 하려고?"


내가 독일 교환학생을 지원했다고 엄마에게 말했을 때 엄마는 가장 먼저 돈을 걱정하셨다. 그럴만하다. 해외에 체류한다는 것 자체가 돈이 많이 드는데 가뜩이나 유럽이라니. 엄마의 표정에서 심란한 마음이 읽혔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갈 돈은 이미 모아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학생 때 적어도 반년은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때 받은 세뱃돈들과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그 꿈에 다가가고자 했다. 고3 때 대학 합격통지를 받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장학금을 찾는 일이었다. 가정형편상,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시는 것도 빠듯했기 때문에 해외 갈 비용은 내 힘으로 모아보고자 했다. 다행히 운 좋게 4년 내내 등록금 일부를 지원받는 장학생이 되어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었다. 대학생이 돼서도 가장 열심히 한 건 온갖 장학금을 다 지원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고정적인 알바와 단기 알바를 3년간 계속 해왔다. 덕분에 제법 큰돈을 통장에 모을 수 있었다.


4학년이 되었을 무렵에서야 돈이 얼추 모였다. 어학연수, 해외인턴, 교환학생? 사실 해외인턴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었으나, 합격할 거라는 보장이 없었고 일로 가기보다는 나에게 자유로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선택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서양권은 꿈도 꾸지 않았다. 홍콩에 교환을 갔던 선배가 생각보다 알뜰하게 잘 다녀왔다고 해서 홍콩에 가려했는데 우리 학교는 이상하게도 아시아 국가가 어학성적 커트라인이 되게 높았다. 유럽권은 적당한 토익점수만 내면 되는 반면, 아시아권은 토플이나 아이엘츠 점수를 내야 했다. 기준도 지금 내 실력에 비해 너무 높았다. 이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료를 내는데만 족히 30만 원은 들 텐데, 점수 미달이라도 했다가는 총체적 난국일 것 같았다. 그래서 눈을 돌려 물가가 싼 나라를 찾아보았다. 영어가 잘 통하되, 생활 물가가 싼 곳. 그 답은 독일이었다. 물론, 지금 예산으로 유럽여행은 꿈도 못 꾸겠지만 독일에서 집밥을 해먹고 산다면 충분히 반년은 체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해외에 살아보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한 채로 독일 교환학생에 합격했다.


출국 전, 교환학생을 갔던 선배들에게 경비를 줄이는 법을 많이 묻고 다녔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독일 교환학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을 때, 축하를 받아도 슬펐다. 그들의 "유럽여행 많이 다니겠다!"라는 말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행도 못 다니고 독일 작은 동네에만 있게 생겼는데.. 그러던 중 교환학생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금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교환학생 라이프를 바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 밤낮으로 카페에 앉아 자소서를 썼다. 제출 전 날에는 아예 밤을 새면서 내용을 갈아엎었다. 솔직히 수시 자소서보다 열심히 쓴 것 같다. 결과 발표 날,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발표를 보자마자 나도 이제 유럽여행 다닐 수 있는 교환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에 바보같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헬싱키 경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탄 순간


교환학생을 하면서 화려한 유럽 사진들이 나의 인스타그램을 채우는 것을 본 친구들은 '헐, 여길 다 갔어? 너 돈 많구나!' 하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이 있기까지 고등학생 때의 나의 꿈과 대학생인 나의 노력이 필요했다. 솔직히 돈 많아야 교환학생 갈 수 있는 것은 맞다. 나도 한때는 교환학생 가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노력이 더 많다면 충분히 돈이 많지 않아도, 혹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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