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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할 윤 Oct 15. 2020

유럽 왔다고 꼭 여행해야 하나요

독일 교환학생 비하인드 스토리 #7

자유여행이지만 자유롭지 못했던 나의 여행


유럽의 장점은 버스나 기차로 국경을 맘껏 넘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먹으면 유럽 도장깨기를 하고 다니는 세계여행자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이 점을 가장 기대했던 것 같다.


독일 교환학생이었던 나는 결과적으로 유럽을 많이 돌아다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체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여행했고 굉장히 많은 도시를 방문했다. 나의 인스타그램은 멋진 여행지에서 찍은 감성 사진들로 수두룩해서 흡사 세계여행자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유럽에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 많이 다녀서 좋았겠다고 말한다. 나는 좋았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속으로는 '여행 다 때려치우고 집 가고 싶었어요.'라고 소리 없이 말한다.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해외 나갈 기회를 만드는 역마살 크리에이터였으니까. 그러나 유럽여행은 내게 소중한 경험을 주면서도, 점점 내게 굉장한 압박감을 주었다. 교환학생 하는 동안은 유럽이 내 집이기 때문에 여행경비가 적게 들어서 많은 학생들이 학교도 빼먹고 여행을 다닌다. 오히려 여행을 안 다니는 시간이 시간낭비인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나도 시간과 예산이 되는 한에서 최대한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원해서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유럽 왔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억지로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 귀국 직전 열흘간의 막바지 여행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스카이스캐너를 들어가는 것 마저도 지겨웠고, 아고다와 에어비앤비를 뒤지는 것도 버거웠다. 이러면서까지 여행해야 하나 싶었는데 한국 가면 한동안은 유럽에 못 올 테니 본전은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온 힘을 쥐어짜서 여행을 다녔다. 다행히도 살면서 할까 말까 한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하고 와서 의미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은 '여유에서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가 패키지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충분한 여유를 즐기지도 못한 채로 부지런히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우리에게 여행의 목적은 관광보다도 휴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본전을 뽑겠다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나의 자유여행을 패키지여행으로 바꿔버린 것과 같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쉴 땐 쉬고, 여유를 가지며 돌아다니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관심도 없는 박물관 돌아다니지 말고, 귀찮으면 숙소에서 하루 종일 밍기적거려보기도 하고, 계획한 곳 다 못 가봐도 절대 여행이 실패한 것은 아니니 카페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이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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