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그래, 이제 진짜 끝이다.

by 소시민

"요즘 좀 많이 지쳐 보여요"

"어디 아파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게 꼭 하는 말이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내가 나에게 물었다.

"괜찮.... 은거니?"

아무렇지 않은 척 메일을 쓰고, 회의에 들어가고, 익숙한 척 엑셀을 켜고, 누군가에게 “괜찮아요”라고 말하던 내게.

사실 난, 괜찮지 않았다.


처음엔 참 좋았다.

작은 회사에서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겠다는 기대감, 일을 배우고, 프로젝트가 굴러가고, 성과가 나오면 내 존재가 증명되는 것 같았다.

야근도, 주말 근무도 '성장통이자 애정하는 회사에 기여하는 일 그리고 배려'라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좋았고, 내가 무너져도 일이 돌아가는 게 싫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매일 달리고 달렸다.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때론 과하게.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버렸다.

출근길에, 퇴근길에,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좋아하던 일들이 버겁게 느껴졌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가슴이 무너졌다.


번아웃, 모두가 말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고통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이 일조차 못 해내는 내가 잘못된 걸까?’
‘나만 이토록 힘든 걸까?’
자책은 곧 침묵이 되었고, 침묵은 무기력이 되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퇴사’라는 단어를 꺼냈다.

마치 오랜 연애 끝에 "우리 이제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나에게 회사를 떠난다는 건, 단지 직장을 잃는 게 아니다.

나는 ‘일하는 나’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래서 이 결심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회사라는 울타리는 내 안전지대이자, 동시에 나를 갉아먹는 곳이 되어버렸다.

헤어짐을 준비하며 내 안의 ‘불안’과 ‘후련함’을 동시에 마주했다.

내 마음속에 회사는 미련이었고, 미움이었고,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가장 크게 온 마음으로 드는 생각은 나를 좀 더 사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쩌면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직함도 없고, 정해진 루틴도 없고, 보호해 주는 시스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나를 사랑하고 우울한 나를 웃게 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밤,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시간.

회사를 그만두는 게 도망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일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그땐 조금 더 건강한 마음으로, 나를 아끼는 방법을 아는 사람으로 돌아오고 싶다.

회사와의 이별을 통해, 나는 나와 다시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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