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말 근무

오늘이 지나면 온전한 주말이 온다

by 소시민

이번 주말, 나는 다시 회사에 나왔다.
익숙한 경로로 출근하고 똑같은 자리에 앉는다.
별다른 일도 없고 급한 마감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자리에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커피를 한 잔 내리고 느릿하게 컴퓨터를 켜고 몇 번이나 봤던 엑셀 파일을 또 연다.

손에 익은 단축키로 자료를 정리하며 문득 깨닫는다.
이 모든 루틴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걸.

주말 근무는 늘 그런 식이었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그리고 외로웠다.
누군가는 해야 했고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금까지의 주말 근무는 늘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었다.
불완전한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고 사람으로 갈아 넣은 책임의 영역, 서비스의 품질
“우리 팀은 당연해”라는 말들.
팀원은 결국 나 혼자인데....
나는 그 말들에 박탈감을 느꼈지만 또 그 말들에 나를 붙잡았다.

"이번 주말만 넘기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수없이 스스로를 설득하며 내 시간과 마음을 회사에 걸어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회사를 떠난다.
내가 지켜오던 수많은 ‘당연함’을 이제는 놓아주기로 했다.

마지막 주말 근무.
생각보다 감정은 덤덤하다.
눈물이 흐르지도 가슴이 벅차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잘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파일을 하나하나 닫는 일, 사용하던 노트를 정리하는 일,
그리고 내가 이 자리에서 해온 시간들을 하나씩 감정의 서랍에 넣는 일.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 순간을 잊을 것이다.
마지막 출근길의 하늘, 텅 빈 회의실의 공기, 혼자 울려 퍼지는 키보드 소리.
그 모든 게 언젠가는 흐려질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이 조용한 주말의 온도를 기억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 회사를 떠나는지 얼마나 많은 주말을 반납하며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는지를.
그리고 그 노력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줄 수 있었던 가장 단단한 성실이었다는 걸.

떠난다는 건 손쉽게 이별하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인 마음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오늘 나는

그 긴 터널 끝에서
내가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작고 단단한 마지막 근무를 하고 있다.


참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마지막 주말 근무가 끝나면 그 자리엔 더 이상 당신의 발자국이 남지 않겠지만

쌓아온 시간은 분명히 스스로를 증명할 거예요.

그리고 이제 다시 당신의 시간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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