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지키는 건 통제가 아니라 ‘납득 가능한 선’이다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규정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가장 마지막에 책임지게 되는 직무 그게 인사다.
이번 법인카드 사태도 그랬다.
처음엔 단순한 관행이었다.
대표는 자유롭게 쓰라고 했고, 몇몇 팀은 그 말 그대로 활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자유는 팀마다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누군가는 조심했고, 누군가는 일상이 되었고, 누군가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감정의 불균형은
'왜 우리는 안 되고, 저들은 돼?'
‘왜 그 팀은 괜찮고 우리는 눈치 봐야 해?’ 하는 조직 내 감정의 균열로 번져갔다.
그 균열이 터졌을 때, 대표는 조용히 브레이크를 걸었고 중간관리자는 사적 전달로 규칙을 만들어버렸으며
클레임은 당연하다는 듯 인사담당자에게로 향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인사팀은 사후에야 알았다는 것.
우리는 공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게 공식적으로 정해진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도 뺏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금지를 선언하고, 그것이 규정처럼 퍼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우리 팀에 묻는다.
“왜 아무 말 없이 바꿨냐”라고.
“왜 사전 공유 없이 복지를 뺏느냐”라고.
그 순간 느꼈다.
인사 직무란 애초에 ‘공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가장 ‘공식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자리구나.
그래서 이번 일의 교훈은 간단하다.
규정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다.
명확한 룰이 없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은 누군가에게는 특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침묵을 강요한다.
특히 조직이 커질수록 팀이 늘어날수록 자율이라는 말은 반드시 ‘공정한 전제’와 함께 가야 한다.
그 전제가 빠졌을 때 인사는 규칙도 없고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왜 정리 안 했냐"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결정권도 없었지만, 설명은 인사가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인사 담당자의 아이러니다.
직접 한 일이 아니어도 제일 먼저 불려 가야 하는 자리.
애초에 기준이 없었음에도 제일 먼저 기준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
그리고 그 자리에 서 본 사람만 안다.
규정이란 건 사람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걸.
나는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자율과 규율 사이 선의와 오용 사이
누구의 자유가 누구의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인사팀은 어떤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지를.
결국, 대표가 개입했고 공식은 아니지만 ‘안 되는 분위기’라는 규정 아닌 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전에 그 변화가 단 한 번이라도 인사팀과 공유되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원만하게
그리고 덜 억울하게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정은 위에서 내려졌지만 정리는 아래에서 하게 된다.
대표는 언제나 유연함을 말했지만 소통이 유연하다는 건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고 ‘말로만 전달하고 끝내도 된다’는 뜻도 아니다.
애초에 공식화되지 않은 메시지는 전달되는 순간 각자의 해석을 낳고 그 해석은 결국 불신과 책임 회피로 이어지게 된다.
조직에서 '유연한 리더십'이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말할 줄 아는 리더십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