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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냄

깊은 바다로 찾아가다

모두가 뜨겁고 북적북적한 바다를 좋아할 때

난 그저 수많은 발자국만 있을 뿐 사람이라고는

그저 나뿐인 적막한 가을 녘  서늘한 바다를 찾아갈 뿐이다.


세상에 태어나 세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라 불리우는 각양의 호흡들 사이에  나도 그

호흡 중 하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

또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태어난 날과 시는  알아도  돌아갈 날은 알지 못하고

시름시름 살아가는 하루를 나름  즐겨보다가,

지친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먹먹해질 때쯤

적막한 바다로 겨우 발걸음을 돌린다.


언제부터였을까, 파도소리를 사랑하게 된 날이.

소름 끼치도록 깊은 바다가 짙은 군청색을 띠며

차갑게 춤을 추고 있다.


다 버리고 가는 곳이 바다인 줄로만 알았었다.

아프고 힘든 기억들  못난 자아  

성난 파도 위에 벗어던지고 갈 수 있는 따듯한

바다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 바다가 오늘 나에게 무섭게 몰아친다.



“도망치지 마, 돌아가, 뒤돌아서지 마”


더 이상 이전의 나도 아니고, 그 바다도 아니었다.

안녕  다시 올 땐  이제 나도 북적북적한 그 바다로

갈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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