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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거울이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언제나 아름답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요즘이다. 살이 아프리만치 뜨거운 햇빛은 하얗던 나의 피부를 금세 잿빛으로

만들어 버린다.  청소년기 때에 나는 내 모습이 참 싫었다. 지금 돌아보면 좀 더 순수하고 예뻤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내 본래 모습이 밉고 싫었을까 싶다.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을 억지로 가려보려고 그렇게 치장했었다. 남들보다 옷도 조금 잘 입고 싶었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이 싫어서 이것저것 발라보았었다.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들킬까 늘 조마조마하며

화장하지 않고 꾸미지 않은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기가 싫었었다.


어쩌면 그냥.. 겉모습뿐만이 아닌 '나' 자체가 참 싫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내 모습을 조금 용납해준 계기가 있었다. 한껏 꾸민 내 모습은 언제나 사람들 눈에 예뻤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내가 아는 

익숙한 내 모습을 보며 


“그래.. 이게 진짜 내 모습이지.."


하며 어떤 칭찬도 내 것이 아니기에 기쁘지 않아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한껏 치장을 하고 직장에 출근했었다. 친하게 지내던 직장의 언니가 있었는데,

나에게 가슴에 꽂히는 말을 했다. 그 말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큰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ㅇㅇ 아.. 넌 참 예쁜데 오해하지 말고 들었으면 좋겠어.. 사실 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너는 네가 정말 예쁘다는 걸 모르고 네 눈에 너의 단점만 보이는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좋아서 하는 화장이 아니라. 너를 너무 가리고 싶어 하는 분장 같은 화장이라서 마음이 조금 아팠어. 너는 아름다워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마음은 아팠는데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 나는 나를 꾸미는 일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슬프고 힘들었었다.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내가 고생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왔었다.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감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이 부족했음을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친한 언니의 말은 나에게 큰 행동의 변화를 주었다. 마음 깊은 곳에 그 말이 아프면서도 뿌리 깊은 생명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오래도록 고통받으며 꾸미던 시간을 줄이고 조금은 가볍게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은 고통스러웠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고 거울 속의 내가 괴물처럼 느껴졌었다.

오래도록 그런 시간들을 보내게 되고.. 여전히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여 생기는 사슬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후로 또 다른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 직장에서 나의 자격지심은 끝에 달하기 시작했다. 온통

능력 있고 예쁜 동년배의 동료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은 항상 그곳에서 별처럼 빛나는 존재들이었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끝나고 차 한잔을 하더라도 남자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예쁜, 그렇다고 또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멋진 여성들이었다. 질투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럴 힘도 없던 나는 그냥 스스로에 대해 포기하게 되었던 것 같다. 성숙하고 깊어지는 성품이 아닌 "나는 , 원래부터 아닌걸.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건 아주 나쁜 욕심이야"라고 스스로를 경책 하던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시켜 버렸다.


그렇게 사는 것이 편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면 상처 받을 일도.. 기대할 일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주 불편한 일들을 겪게 되었다. 당시 비혼 주의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결혼할 때가 되었다고 다그치며 연애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들이 열려서 인지, 결혼의 때가 찬 남자들이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도 화가 나고 짜증이 솟구치고 도망치고 싶은 감정과 생각들이 요동쳐왔다. 참다못해 울기도 하고 화도 내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짓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늘 다그쳤던 동료에게 나도 모르게 내 진심을 들켜 버리곤 했다.


"누가 나를 사랑하는 게 말이 되나? 나도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며 어떻게 사람과

평생 함께 살아..?  언젠간 또 떠나가는 게 사람 마음인데 말이야. 상처 받을 짓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


상처..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정말로 사랑받고 싶어..

그런데 절대로 그럴 일은 없겠지..


그래서 상처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서는 거야.. 내가 살기 위한 최소한의 나를 위한 일이거든..


내 마음속의 이야기였다.

결혼 이야기에 울며 그만해달라고 말하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챈 그 친구는 내 인생의 2번째 사슬 탈피 작전을 도와주는 한 사람이 되었다.


"oo아.. 네 눈으로 너를 바라보지 마. 너는 너무너무 아름다워. 정말이야. 실제로 아름다워. 그동안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보석을 바라보는 눈이 미처 없었거나.. 너는 보석이지만 너는 그들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일 거야.. 너는 빛나는 보석이야.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겠지만. 보석은 보석을 갖게 될 주인의 눈에 아름다운 게 보석이야. 사랑받을수록 빛나고 더 존귀하게 여김을 받는다는 걸 네가 알게 될 거야."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이후로 가슴에 계속 계속 그 말이 맴 맴돌았다. 주인의 눈에 빛나는 보석..

보석 스스로 나는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서 불행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아름답다 말하고 주인이 사랑해주고 주인의 눈에 더 밝게 빛나고.. 주인이  귀하고 아름다운

보석이라 알맞게 닦아주고.. 그의 손과 목에 늘 함께 하거나 아주 중요한 날 


"이는 나의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보석이라" 하며 주인의 파티에 나도 데려가는 것일까..

상상하게 됐었다.


이후로 매일 아침 했던 행동이 있다. 한동안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잔잔한 눈물이 난다..

거울 앞에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사랑하게 해 주세요.. 나를 먼저 바로 보고 사랑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기준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은 모르는 뜨거워서 녹아져서 내가 없어질 것만 같은 사랑을 보여 주시고 그래서 내가 새로운 눈을 갖게 도와주세요.. "


거울을 보고 다시 말했다.

"응. 너는 이미 아름다워."



한낮의 뜨거운 태양볕.. 가장 밝은 때에 가장 수수한 차림으로 출근을 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로.



내 마음이 조금씩 변해서 일까? 마음이 변하면 변할수록 빛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예쁘다는 말들이 다 거짓말 같고 힘들고 수치스럽기까지 했었는데그 말을 한 번씩 들을 때마다 예전에는  격한 반응으로 아니에요..!라고 말했다면 이때 즈음엔 그냥..


“감사합니다.. ㅇㅇ 도 더 아름다우세요"라고 화답하게 됐었던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해 줄수록 더 얼굴빛이 밝아진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혼자 있을 때 조용히 기도한 적이 있었다. “ 나는 아직.. 조금 더 이 문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정말로 제가 결혼을 하기 원한다면..

아름답고 멋진 화려한 여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는 가장 추하고 보잘것없는 날에 당신이 보내신

그 한 남자가 세상에 여자는 나뿐인 것처럼 나에게 반하게 된다면 결혼해 볼게요.."


라고 말이다. 그 기도는 부끄럽지만.. 응답이 되었다. ^^  일하던 곳에서 특별한 모임이 있었고..

나는 갑자기 며칠간 몸이 아프게 되는 바람에 열이 펄펄 끓는 몸을 씻지도 못하고 간신히

옮겨와 직장에 앉아있었다. 예쁜 옷, 화장은 커녕 잔뜩 늘어난 티셔츠에 감지도 못한 머리에..

선크림도 바르지 못해 칙칙한 피부로 아름답고 진한 향기 가득한 도시 여성 같은 동료들

틈바구니에 박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에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내 반쪽은 나에게 반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내가 부러워하던 고급스러운 동료의 대화 요청도 거절하고 칙칙한 내 곁에 와서 환하게 웃으며

이것저것 묻던 남편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쯤 하고... 어쨌든 그 날 그는 이상하게 내가 끌렸다고

했었고, 우리는 지금도 종종 그때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지금은.. 시원하고 자연스러운 파스텔톤 리넨 소재의 옷이 참 좋다. 진한 향수 냄새보다는

천연 바디 미스트의 목화향이 참 좋다. 가벼운 선크림이 부담 없이 좋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저 사랑받는 한 사람 같아서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발견한 것은 나는.. 내 외모뿐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행동들.. 마음..

내 존재 자체를 미워하며 살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외모의 벽을 하나 넘게 해 주신 것처럼.. 그렇게 사랑받는 한 사람임을 기억하며

나머지 벽들을 하나하나 넘어가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안 예쁘면 어떤가..

사랑하는 상대의 눈에 예쁘면 된다. 사랑을 넘치도록 내가 녹아 없어질 만큼 매일 받는 것을

안다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보잘것없는 재능도..

직장도... 남들보다 못한 어떤 어떤 부분들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한 사람 눈에

만약에 다 괜찮고 그냥 날 사랑하고 계속해서..


"너는 소중해.. 너는 소중해.. 내가 너를 참 소중히 여겨.." 라고 듣게 된다면..


고난이 태양볕처럼 매일 나를 태워서 태어날 때는 맑고 하얬던 나의 피부가 검게

그을렸어도, 많은 형제자매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제일 못나고 제일 사랑받지 못했다 해도.. 그래서 뜨거운 날에 그저 포도밭에서 포도만 일평생 가꾸던 

피부가 거친 여자 같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한 사람이 나에게 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여기 있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아름답다고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랑이 나를 배반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를 억누른다고 하여도. 나는 아름답고 소중한 한 사람이다.


보석의 가치는 주인이 정한다..  주인의 사랑을 받아서 빛나는 것이 보석이다.

주인이 차고 나가서 자랑하며 그를 늘 소중하게 바라본다..


당신은 보석이다.


사랑받는 사람이다.


내가 무가치한 사람으로 느껴진다면 아무도 줄 수 없는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리고 넘쳐흘러서 결국 또 누군가 녹아질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소망하며 살기를 축복한다.  





* 작가의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forjesus312?r=nametag




* 작가의 그림들


https://grafolio.naver.com/yslove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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