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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무언가 되려 한다.

나는 그냥 나일뿐인데.. 



화려한 색감보다 무채색이 좋았다. 


그림을 그리는 나이지만 표현할 때 빼고는 나를 위한 색감은 언제나 무채색이었던 것 같다.  예쁘게 단장되어 이미 많은 관심을 받는 판매용 꽃들보다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더 눈여겨보곤 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또 사랑스럽기도 하다. 나만 이렇게 관심을 두고 사랑한다고 착각하는가 보다. 나만 알고 싶은 것들... 그러다가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대중화되어버리면 금세 그 관심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 식으로 좋아했던 것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예쁘지도 않고 특출 나지도 않고 외향적이지도 또 

내향적이지도 않은 언제나 애매한 그 어느 지점에 있는 '나'라서 내 기준에 비슷한 무언가를 보면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이렇게 살아왔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해왔지만 돌아보면 나는 늘 무언가.. 를 동경했고 또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채색인 것 같은 내 모습마저도 내가 그려낸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방구석 작가일까. 그저 꿈만꾸는 어리석은 사람일까 ...?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무언가 되는 양 상상만 하며 살아가는 인생 루저는 아닐까.. 

불안감과 아픈 마음들이 한 번에 몰아치듯 찾아올 때가 있다. 

스스로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세상의 어떠한 모습 속에 나를 욱여넣어서 맞춰보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보다 큼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정말로 좋아해서 했던 일이 있을까? 어려서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줄 알았다. 따듯한 집도 가족도 없던 시점에서 나는 따듯한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열망을 못된 자존심으로 억누르고 대신 아픈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했다.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꼬마의 웃긴 자존심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속여왔다. 아무것도 부러운 게 없다고.....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음의 허전함을 나름 그 방법으로 풀어왔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텅 빈 마음은 그런 것으로 채워질 리 없었다.  그런 식으로 손을 뻗었던 것이 여럿 된다.  디자인.. 음악.. 사진.. 등 다 비슷한 모양이다. 뭔가 표현하고 싶은.. 지금 끄적끄적 써 내려가는 글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채워질 리 없다.  










이제야 솔직하게 하나하나 마치 나의 일기장에 적어 내려 가듯 고백하자면 

나는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따듯한 가정이 없었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가정을 보면 여전히 부럽기도 하고 사실 나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나 스스로 기정 사실화시킨 생각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벗으래야 잘 벗어지지 않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별한 것도 없다. 그다지 잘하는 것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다. 젊은 나이이지만 남들의 반도 안 되는 체력인데도 

남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아서 체력의 한계를 무시하고 일을 맡다가 크게 앓아누워버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능한 인간임을 나는 잘 알고 있으면서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웃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보지만 너머에서는 가슴 쓰라리게 스스로 독립시켜버리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나는 아니야" 

"나는 상관없어" 

"나는 받지 않아도 돼" 

"나는 미움받아도 괜찮아" 


하나도 괜찮지 않으면서.. 


사실은 아주아주 원하고 있으면서 스스로 속이는 것이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스스로 거를 수도 없는 인간이면서 아닌 척 괜찮은 척 그렇게 위선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가득하다. 

이제는 조금 솔직해져보려고 한다. 


얼마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지만 마음의 쓴 뿌리는 누르고 누를수록 커지고 커져서 결국 나를 집어삼킬만한 나쁜 나무가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조금은 게으른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가 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 


나를 향한 사람들의 어떤 시선이나 말 보다도 가장 나를 아프게 했던 것은 나를 향한 나 스스로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어떤 때는 종일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해야 들 수가 있는지 고민하고 걱정했던 때가 있다. 

나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또 다른 한 사람인데.. 살아온 시간도 환경도 성격도 건강도 많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스스로에게 많이 가혹했었다. 모두 다 욕심 때문에. 


어느 정도의 사회성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나를 배제하고 남들에게 나를 맞추려는 생각과 행동들이 점점 더 나를 메마르게 했다. 물론 그것마저도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높아지고 싶지만 높아지지 못하는 ㄱ지질한 나의 욕심일 뿐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대단한 것 까지는 아니어도 내 이름을 떠올리면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라고 누군가 말해줄 수 있는 정도의 인정은 받고 싶었다. 

아니 최소한 한심한 인간 까지는 되고 싶지 않았다. 후자에 가까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나 자신과의 씨름을 하고 있다. 남들 눈에 그저 그런 사람.. 나 자신조차도 아니야!라고 강하게 반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모습이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의 질문에 나는 먼저는 조금 더 솔직해지자라고 스스로에게 결론을 내린다. 



난 그런 사람이 부럽지 않아 ~ 그런 삶을 꿈꾼 적 없어라는 오만한 착각에서 벗어나 사실은 나도 내가 종종 판단하는 어떤 부류의 삶을 지극히도 원하고 바라왔다는.. 그런 욕망 덩어리이지만 사회적 찌질이의 면모를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 고개 숙인 방구석 찌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때로는 좀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보아야 어떤 아픔에서는 짧고 굵게 지나가기도 한 것 같다. 나 자신의 아픔을 누구보다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뭔가 내게 주어진 선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문제점을 직시했을 때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용기는 있다는 것이다. 


나의 죄라고 하자.. 욕망..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 그리고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 감정들.. 

죄라고 정의하는 게 더 간단하겠다. 

나에게 짓는 정직하지 못한 죄였다. 언제나 직면한다는 것은 아프고 수치스럽다.  이 거짓 감정들과 또 내가 낳은 죄의 산물들을 직면해서 바라볼 때에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본능이 있다. 

'회피' '남 탓' '상황 탓' 이것들은 언제나 세트로 나를 그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게 하며 그 상태 그대로 합리화시키며 안주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니야 그때는.. 너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 당연히 그런 마음들이 생기는 게 아니겠어?" 

  



그 유혹에 얼마나 속아서 오랜 시간 동안 매번 같은 이슈에 넘어지고 말았는지... 

이제는 뭔가 내가 더 성장을 한 걸까? 다시 또 나를 느슨하게 놓아주면 결국 죽을 때까지 이 부분에서 고통받다가 끝나게 될 거라는 걸 조금은 알았다. 






지독하게 아프다. 매번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며 살고 또 다른 사람에게 확인사살당하듯 듣고 산다는 것은.. 

거기에 나를 변호해줄 어떤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변호를 한다 해도 늘 삶의 에너지를 거기에 쓴다는 것도 참 한심한 일이다. 


의식의 흐름처럼 써나가는 이 글에서 나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일기처럼 써나가는 이 글의 막바지에 다다르니 확실한 건 쓰기 전보다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툭 건드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유 없이 암울했던 감정들이 조금은 풀어지고 또 

숨이 쉬어진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결론을 한번 지어볼까 


아니다. 결론을 지을 수가 없다. 억지로 만들어내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아직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결론을 가슴으로 끌어내려오지 못했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아니.. 아직은 내 것이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은 결국은 정말  어느 때고 가슴으로 내려올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삶이 아닌 것을 알고 도우심의 은혜를 겪는 사건들을 통해서 알게 되기도 하고 

난관을 이겨내는 성숙의 과정을 통해서 이기도 할 테고.. 

언젠가는 내 것이 될 것이다. 


지금은 또 하나의 과정을 빠르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내 모든 것 나의 생명까지 
다 주님 앞에 드립니다 
주 임재 안에서 이제 내 영혼 자유해 
내가 주의 거룩한 이름을 높이며 
예배하리 어린양 찬양하리 
내 평생 그 하나로 충분해요 
내가 주의 임재 안에서 

         -주 임재 안에서 설경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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