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자존심은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다.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품위를 지키는 마음이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자존심은 분명 실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은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인식된다. 자존심은 건드릴 수도 있고, 상할 수도 있고, 쎌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는 유기체처럼 인식된다.
누군가 자존심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거나 아무런 언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존심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훼손된 자존심은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이성에서 멀어진 의사결정과 행동을 야기한다. 훼손된 자존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일명 '꼬라지', '강짜', '억지', '지나친 분노' 등 평소와는 다른 행동양식을 표출하도록 만든다.
훼손된 자존심은 시시비비의 문제를 떠나 있다. 때문에 아무리 올바른 설득을 하더라도 설득되지 않는다. 훼손된 자존심은 대부분 화를 불러 일으키지만, 화가 나는 경우의 대부분이 자존심이 훼손된 경우는 아니다.
훼손된 자존심은 사람을 사방이 꽉막힌 벽처럼 만들어 버린다. 훼손된 만큼 지속적인 사과, 회복에 필요한 일방적인 주장의 수용이 아니고서는 둘러싼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자존심의 훼손은 다양한 경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의 자존감이 약하거나 낮을수록 자존심이 훼손되는 경우는 더 빈번하다. 훼손된 자존심에 의해 이어지는 언행으로 그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