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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26. 2017

어떤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가

윤소평변호사

다툼이 생기면 하는 말이 "증거있어?"이다. 두 사람은 분명 하나의 경험을 하였고, 그 기억도 같다. 하지만, 다툼이 생기면 누군가 한 쪽은 발뺌을 한다. 법률적으로 '부인'한다. 


인간이 진실에 대해 진실대로 기억하면서도 부인하는 이유는, 그것을 증명해 줄 증거가 없거나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증으로 일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답답하고 억울한 사정들이 상당수 구제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증거가 될 수 없다. 


과거 궁예는 관심법(마음을 보는 방법)을 통해 정치적 숙적을 숙청하는데 이용했다. 궁예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관심법의 기준과 원리를 알 수 없다. 결국, 심증은 객관성, 통일성, 일관성 등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서 증거방법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단 말이야!


결국, 분쟁, 다툼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증이 필요하다. 물적 증거(서류, 녹음테이프, 문자 등)라는 말이고, 증인도 그러하다. 사람의 말은 인증(인적 증거)이라고 별도로 부르기도 하지만, 일정한 형체가 있기 때문에 증거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증거를 남겨 두거나 후일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증거를 수집해야 할까. 이는 법적으로 입증책임에 따라 수집해야 할 증거가 달라지지만 이하에서는 개략적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일정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권리의 요소가 되는 사항에 대해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돈을 빌려 주었다고 주장한다면, 돈을 빌려준 사실, 그 돈이 상대방에게 지급된 사실과 같은 사항에 대해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이자를 받고 싶다면 이자약정이 있었던 사실, 그 이율 등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주장한다면,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한 사실 등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일정한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의무를 해소시키는 요소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일부는 갚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돈을 갚았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이자 전부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상대방이 입증해야 하지만, 이자 중 일부는 지급했다고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권리의 발생, 의무의 소멸과 같은 것은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고 그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입증책임의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서 파고들수록 복잡하지만 크게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증거는 임의로 조작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주장하는 사람이 작성한 문서나 제작한 증거는 증거가 될 수 없거나 증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메모해 두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은 증거가 되지 않거나 증명력이 떨어진다. 임의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계약서 등에 상대방의 서명, 날인, 사인 등을 받아두는 이유도 조작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증거는 다른 의미로, 여러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적을수록 좋다. 


가령, 계좌이체로 100만원을 상대방에게 보낸 사실이 있다고 했을 때, 그 100만원은 대여인지, 투자인지, 증여인지, 빌린 돈을 갚은 것인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돈이 지급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돈이 어떤 의미인지는 증명하지 못 한다. 


따라서, 가급적 증거를 수집하거나 남길 때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증거이어야 한다


동업을 하다가 마음에 맞지 않아 동업을 그만두면서 정산을 한다고 하였을 때, 본인의 출자지분, 정산해야 할 대상 자산이나 부채 등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2시간씩 일했고, 상대방은 적게 일했다는 등의 사정에 대한 자료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폐지된 간통죄의 경우, 직접적인 증거는 간음행위를 하는 장면에 대한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직접적인 증거를 수집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 나오는 장면, 간음행위를 추정케 하는 대화내용 등의 관련성 있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만나자는 약속, 식사장면 등은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증거이다. 


원칙적으로 계약, 약속은 말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나 각서 등을 작성하는 이유는 후일 그와 같은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할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분쟁이 일어나면 사람은 감정적으로 일단 부인,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다. 


때문에 가급적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고, 혹여 사정이 변경된다면 그 때마다 증거를 남겨 두는 것이 좋다. 오히려 증거를 남기는 행위에 대해 인간미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서 극단에 치닫아 싸울 일이 줄어 들수 있다. 왜냐하면 기억 속에 증거가 있다는 사실이 상기되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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