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Jun 05. 2017

치매와 가족

일상의 변론

치매는 일종의 질병이라기 보다는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매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실행장애, 인지장애, 추상적이고 계획적인 판단과 연속수행의 혼란 등으로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키고, 이전보다 정상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지 등으로 진단을 한다(DSM-IV).


치매가 심각성을 가지는 이유는, 점차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고 노인 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매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치매의 정확한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고 치료를 하더라도 치매의 진행속도만 늦출 수 있을 뿐 점차 증상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가족력이 없더라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더라도 치매는 발생할 수 있다. 젊은이들도 지속적인 우울감과 불안으로 치매를 겪을 수도 있다. 


치매환자 본인은, 자신이 이상증상과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지 못 한다. 환자의 이상증상과 이상행동은 주변 사람만이 경험할 뿐이다. 


가족 중 누군가 돈관리, 주변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반복적인 질문을 계속하고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 표현을 못 하고, 계산능력, 날짜 개념이 떨어지고,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 하며 우울하고 불안해 하고, 걷지를 못하고 길을 찾지 못 하고, 의미없는 반복행동을 일삼으면서 다른 가족을 알아보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치매증상 정도에 따라 가족들의 대처방식은 달라지겠지만, 공통점은 치매환자에게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치매환자가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치매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치료활동의 지속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되서 정신이상이나 행동이상을 보이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치매환자는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행위들, 음식을 섭취하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수면을 취하는 활동을 도와 주어야 하는 타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들이 직접 담당할 것인지, 외부인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치매환자를 지켜보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또 어떻게 되는가. 관리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지, 직접 관리하는 가족의 삶은 이전처럼 유지될 수 있는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든 문제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치매환자가 가족을 인식하지 못 하더라도 가족이기 때문에 그저 생존해 있기만 하더라도 감사한 일로 여길 수 있는 마음자세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다른 질병환자도 효자를 불효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만큼 환자를 지켜봐 주고 돌봐주는 행위에는 심적, 물적 고단함이 수반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치매환자는 별다른 원인없이 여러 이상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나머지 가족들이 심적, 물적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죽음에 대해. 수술비를 모아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증상에 좋다는 약제를 구할 수도 없다. 그저 치매환자가 안전하게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고작이다. 


치매는 나머지 가족들에게 혼란과 슬픔을, 그리고, 심적, 물적 고단함을, 무력감과 회피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치매환자가 제대로 관리만 된다면 죽음의 시기를 기약할 수도 없다.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아주 긴 여정이다.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수도 없는 딜레마같은 상황은 지속된다. 


나에게도, 가족 중 누군가에게도 닥쳐올 수 있는 문제이지만, 우리는 치매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치매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음에도 나와 가족과는 관계가 없는 타인들이 겪는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