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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9. 2017

고통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

일상의 변론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식당일을 마치고 쓰고, 소설가가 되어서는 매일 아침에 글을 씁니다. 한번도 글을 쓰는 일이 고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글을 쓸 수 있는 자체가 즐거운 일일 따름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자발적이지 않은 행동은 '일'이 되어 버린다.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 행동은 즐겁지가 않다. 나아가 고통으로 여겨지는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창작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적성에 맞는 행동이 있다면 그 일은 덜 고통스럽다. 하지만,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것 역시 비자발성이 어느 정도 개입되면 힘들게 느껴진다. 잠시 중단하고 싶은 심정이 들어도 계속해야 할 경우에는 적성에 들어맞았다는 판단을 의심하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어떤 일을 고통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 내게도 있는지 고민해 본다. 그것을 찾아내고 선택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즐거운 구석이 드디어 발생할 수 있을것만 같다.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관람 중 '글을 써야 한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느낌과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중이라고 한다. 


둔기로 맞은 것처럼 고통으로 여겨지지 않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부분 하루키처럼 운이라는 것이 좋지 않다. 때문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증을 느낀다는 건, 그 대상에 대해 욕구가 있다는 뜻이고, 만약 그 일을 선택해서 할 수만 있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인생의 시간은 짧고도 신속하게 흘러간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구나라고 깨닫는다. 갈증이 나고 갈증이 지속되는 일은 무엇인지 살펴 그 일을 시작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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