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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6. 2017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

일상의 변론

안심하고 건널 수도 있기도 하지만, 사고도 많이 나는 곳이 아이러니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다. 워킹하는 사람에게는 느슨하게 걷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고,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참으로 더디게 걷는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은 참으로 경제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진다. 건너는 데에 주어지는 시간을 계산하고, 보폭을 조절하면서 좌우를 살피며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피는 일들을 한순간에 다 이루어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서 여러 가지 판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한 목표와 그 목표를 향한 실천적 의지가 곧바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토록 삶의 목표와 가시적인 결과에 대한 확인이 금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실성에 가깝다면 삶이 복잡하고, 힘들지는 않을테지만, 우리의 삶은 그토록 단순하지 않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삶의 지향점이나 변화가 명확하지도 않고, 예측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좀더 목표와 계획을 단순화할 수는 있다. 복잡다기한 것들을 복잡하게 다 이루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한 것처럼 단순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건너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과정이 더욱 짧을수도 있다. 우리는 늘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순간에 답답함을 느낀다. 선택도 해야 하고, 인내도 해야 한다. 언젠가는 길목을 건널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순간이 현실화되기까지 답답함과 기다림의 순간은 참으로 길다. 


언젠가는 닥쳐오는 것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가벼울 것인가, 무거울 것인가. 아니면 남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 선택에 있어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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