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신용이란 무엇인가.
- 거래한 재화의 대가를 향후 치를 수 있음을 보이는 능력. 외상값, 빚, 급부 따위를 감당할 수 있는 지급능력으로 소유 재산의 화폐적 기능(국립 국어원).
- 사람의 경제적 생활영역에서의 사회적 평가. 사람의 지불능력이나 지불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형법상 신용훼손죄에서의 신용)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국어사전)
신용이란, 평가받는 객체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평가하는 주체에 따라 외부적, 강제적으로 매김당하는 요소이다. 최소한 누군가가 자신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오로지 그의 주관에 달려 있다.
신용평가는 주로 사람을 경제적, 재정적 영역에 한정해서 이루어지는데, 특정한 사람이 신의가 있고 선량한지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때문에 신용이라는 잣대는 참으로 냉정하고 잔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객관성은 유지된다.
성인이 되면 타인의 돈을 얼만큼, 가능성만으로 빌릴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신용이 좋다는 것은 타인의 돈을 많이 빌릴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규모에 따라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소소하든 특별하든 그 사람이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타인과의 관계를 얼만큼 원만히 유지하는지, 그로 인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믿어 의심하지 않을 정도에 이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삭막하다 느낄 수 밖에 없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능하다면 신용을 높이고 싶지만, 한 번 정해진 신용은, 하고 있는 일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신용은 소유의 관념을 변화시키면서 등장한 개념인데, 이제는 사람을 등급매기는 잣대가 되어 버렸다. 좀더 정서적이고, 인문적인 평가요소가 내포된다면 좀더 살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