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虛虛實實)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손자의 허실편에 싸움을 할 때 상대방의 실(實)한 곳은 피하고, 허(虛)한 곳을 쳐야 한다(兵之形 避實而擊虛)고 한다.


상대방을 제대로 간파하고 나의 약점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는다면, 적의 상태는 드러나고, 나의 상황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승리할 수 있다는 병법 중 하나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의 응용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가장 약한 사슬부분만큼 강하다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고, 강점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 강점을 드러내면 그것을 시기하고, 악용하며 모략하려고 한다. 사람의 기본 심성은 타인이 나보다 나은 것을 오래 두고 보지 않는다.


사람이 허하고, 어딘가 약간 모자라 보이면 타인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늦추게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난 점을 내세워서 드러내면 우선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에는 이용당함으로써 끌어내려지게 된다.


잘난 점을 드러내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에게 좋은 낯빛을 보이는 것에 만족하고, 그 타인이 내심으로 칼을 갈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교만과 자만에 심취해 타인을 탐구하고 관찰하기를 게을리하고, 타인의 장점을 본인의 약점을 보충하는데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때문에 허허실실은 이런 점에서 현대 사회에서도 유용하다. 어수룩하고 어눌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도움을 선뜻 내줄수 있지만, 똑똑한 척 하는 사람은 재수없을 따름이고,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허허실실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고, 항상 언행에 조심하려는 각오가 수반되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긴 안목으로 삶을 바라볼 줄 알아야 가슴 깊은 곳의 예리한 칼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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