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처세
어느 지점의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쌈을 싸 주지 않는다며 고기를 어떻게 먹냐고 했다고 한다. 해당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쌈을 하나씩 싸서 지점장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자 지점장은 정없이 한번만 싸주고 안 싸준다면서 웃음반, 호통반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듣고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본인이 먹을 쌈을 왜 직원들에게 싸 달라고 하는 것인지. 물론, 직원들이 상사가 존경스러운 나머지 손수 쌈을 싸서 상사에게 드셔보라고 권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아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평소에 느꼈던 감사의 표시를 전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쌈을 싸 주는 일이라는 것이 그리 대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 일화는 심각하게 수용할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이외에 자발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타인에게 시키는 것은 월권적 행위이고, 타인으로부터 혐오를 받을 일이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강권당하거나 다소 무리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행위를 상사로부터 권유 내지 강요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회식이니까 다소 너그러운 포용으로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기는 것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여운은 상당히 오래도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원하지 않는 회식이라면 이 또한 업무의 연장일 뿐이다. 마음편한 사람은 회식자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이미 회식에 임하는 구성원들 마음 속에 어느 정도의 부담과 불편함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담스럽고, 즐겁지 않은 것을 강요하는 회식 자리는 비단, 그 자리뿐 아니라 평소 업무, 근무환경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 짐작을 하게 만든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분명 타인도 하기 싫은 일이다. 상사로서 이러한 면을 헤아려 주위를 돌본다면 분명 쌈을 싸 달라고 하지 않더라도 많은 쌈들이 건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