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벤치마킹 #1 글쓰기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변호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언변이 좋다는 선입견을 풍긴다. 좀더 법률적, 논리적으로 말하는 편이라는 점에 일부 동의하지만, 모든 변호사가 언변이 좋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변호사가 말을 잘 할 필요도 없다.


변호사는 글을 잘 써야 한다


처음 법원방청을 해 보면 드는 첫 느낌은 '재판이 이게 뭐지?'이다. TV 드라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변호사의 모습, 검사나 판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기록 속에 파묻혀 있고, 서면 제출을 확인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재판은 서면공방이 핵심이다. 때문에 변호사가 말을 잘 하기 보다는 서면을 잘 써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여과없이 글로 옮기는 경우가 있다. 문단, 문장의 길이도 일관되지 않아 길었다가 짧았다가 자유분방(?)하다.


법률가의 글은 에세이가 아니다.


일목요연한 주장 뒤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라 함은, 법률, 조리, 상식과 경험법칙, 그리고, 증거 등을 말한다. 이런 근거가 없다면 논리적 정연성이라도 구비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머리에서 떠오르거나 의뢰인이 전달한 얘기를 서면에 그대로 옮겨 버린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수필에 불과한 것이지, 법률문서라고 할 수 없다.


절제를 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사연의 직접 경험자들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좀더 냉정하고 사안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하고, 글 또한 그러한 입장에서 작성해야 한다.


~~~터무니 없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말입니다. ~~~혀를 내두를 일입니다. ~~~추악한 거짓입니다. ~~~진흙탕 싸움을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소송의 상대방이 일반인이라면 감정적 흥분이 가시지 않기 때문에 격한 표현을 문장에 담을 수도 있으리라 이해는 되지만, 변호사가 똑같이 행동한다면 기본 소양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소송은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법률효과를 가려내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은 필수이다. 그 상대방이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주장의 타당성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일상적인 격한 표현을 통해 일축해서는 안된다.


벤치마킹과 연습


변호사의 글쓰기가 성숙성을 가지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도제식으로 선배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 했다면 정제된 판결문, 상대방의 서면,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서적의 문장 등을 따라 써보고 고치고 가다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일상적인 용어나 나열하는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가도 이해만 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혹자들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남는 글이고 판결문에 인용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법률가의 글은 대부분 기록에 남게 된다.


문단의 규격과 문장의 길이도 신경써야 하고, 단어의 선택도 가급적 법률용어로 해야 한다. 법률용어는 어렵지만 다의적 해석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적다.


법률가라면 법률가다운 글을 쓸 수 있도록 벤치마킹하고, 스스로 연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일을 그만둘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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