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휴가에 대한 단상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 작위


휴가를 대하는 일차적인 생각은 '알차게', '기억에 남도록', '어딘가로' 등 평소 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그냥 '나'를 위한 시간으로 쉬는 것도 휴가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이 시기만큼은 '무위'가 휴가의 의미를 감소시켜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일


휴가를 기준으로 일을 더하거나 휴가 뒤로 일을 미룬다. 하지만, 휴가를 다녀와서 밀려있을 일을 생각하면 휴가전에 최대한 일을 더 해 놓으려고 하는 편이 많다. 계획에 따라 휴가전에 처리해 놓으면 속이 후련할 것 같은데, 거래 상대방 사정으로 인해 찝찝함을 안고 휴가를 떠나면 뇌리에 일정 부분 그 일이 생각난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약간 '멍'한 상황에서 밀려있는 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 여름


우리나라의 휴가는 유독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휴가기간이 짧다. 다른 계절에 휴가를 떠나도 되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유독 여름에 휴가를 떠난다. 사실 사무실이 더 시원하고 쾌적한데도 '피서'라는 명목 하에 더운 실외로 나서기를 스스로 한다. 휴가를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에 사용해 본 경험도 없고, 다른 사람의 이목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이다. 게다가 여름휴가를 떠났다고 하면 상당히 관대하게 이해를 받는다.


# 술


휴가라는 사실 자체, 평소 생활하던 곳이 아닌 낯선 곳,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게 되는 상황이 기분을 고조시킨다. 그로인해 평소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술에 대한 가족들의 생각도 휴가니까 관대해진다. 휴가하면 술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 충전


휴가에 대한 생각과 실행이 어떠하든 휴가가 찌듦에서 벗어나게 하고, 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만 하면 휴가의 의미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휴가가 여름에 집중되어 있고, 너무 짧기 때문에 작위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좀더 편한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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