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팥빙수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학교 앞 문방구나 분식점에서 여름이 되면 팥빙수를 팔았다. 네모난 얼음을 꺼내 빙수기의 압착기에 고정시키고, 손으로 손잡이를 빙빙 돌리면 얼음이 기계의 칼날에 갈려서 빙수가 된다. 그리고, 뚜껑이 뚫린 PT병을 거꾸로 들고 노랑, 빨강 색소물을 얼음에 얹고, 그 위에 연유, 팥을 얹으면 끝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풍경을 경험할 수 없다. 팥빙수를 먹는 방법은 마트에서 파는 팥빙수를 구입하거나 대형 프랜차이즈나 소규모 커피샾을 방문하는 것이다.


팥빙수 판매점을 방문하면 다양하고, 화려한 팥빙수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맛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가격은 한끼 식사를 초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넘쳐 난다. 단순히 미각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브랜드 가치 등을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팥빙수 한그릇의 가치는 식자재 단가를 초과해서 매겨진다.


소박하고 투박한 팥빙수에 대한 추억은 화려한 현대적 그것에 밀려났다. 그리고 거대 자본이 팥빙수 시장까지 밀고 들어왔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정성과 사람내음은 세련된 화려함에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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