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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6. 2017

후회에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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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쯤의 일이다.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와서 통화를 한후 상담일정을 정했다. 정한 일자에 어깨가 다소 늘어진 중년의 남자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27년간 운영해 오던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해 곤란함을 토로했다. 


금융기관과의 협의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채무구조조정절차를 취할 것을 조언하고, 제반 요건과 효과, 향후 회사가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 설명했다. 중년의 대표이사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 후로 추가적인 연락은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 그 대표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연락한 사실에 대해 약간의 사과와 함께 회사를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간 상황에 대해 물었다. 대표이사는 보유하고 있던 개인 주택, 토지 등을 팔아서 '급한 불'부터 끄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결국, 회사는 파산하게 되었다. 법원 뒤 뜰에 서서 대표이사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그 어느 때보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 나오는 듯 했다. 


그 때 당신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후회스럽소


후회가 좀더 빠른 시점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다. 후회가 넋두리가 되어버릴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후회가 미련이 아닌 반성과 점검이 될 수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 채권자들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때 후회에 기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반격을 가할 기미가 보여야 적도 잠시 공격을 멈추게 된다.


궁지에 몰리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의 조력과 제도적인 장치들을 활용해야 한다. 회사나 개인이나 현재 '엉망'인 상황이라면 그것을 헤쳐나가기에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아도 좋다. 병원을 기피해 끙끙 앓다가 고통이 인내를 초과하면 결국 의사에 손에 몸을 맡기는 것과 같다.


후회가 빠를수록 회복의 정도가 커진다. 후회에도 때가 있는 것이다. 중년의 대표이사는 후회의 적정한 시기를 놓쳐 버렸기 때문에 젊음을 바친 회사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최후의 시기에 후회가 이루어지더라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년의 남자에게 더 이상 젊음은 없지만, 경험과 지식, 노련미, 인간관계는 남아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만 어느 정도 소거할 수 있다면 먹고 사는 문제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후회를 통해 다른 선택을 취해도 그것이 100%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다 보면 참다운 후회가 더 나은 결실을 가져다 주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 줄 수 있다. 


모든 일에 적절한 시기가 있듯 후회에도 때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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