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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0. 2018

Coin 스토리 #1 화폐란 무엇인가

일상의 변론

창과 화살로 사냥을 해서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헐벗고 다니던 시절에는 화폐의 존재와 필요에 대해 사고를 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필요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가 발생하고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서로 달라 교환을 시작해서 서로의 필요를 충족했고, 그 교환의 고단함 때문에 조개껍질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합의가 되었다. 


조개껍질, 보리 등 별별 방법으로 교환방법과 가치를 합의해 오다가 역사의 어느 시점부터 금으로 교환방법과 가치매김을 합의했고, 금이 마모되거나 위조 금화가 발생하자 금을 한군데 모아놓고 증서를 발행해 증서를 교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가벼운 증서로 금보관서에서 금을 찾을 수도 있고, 힘들게 금을 들고 다니면서 필요를 충족할 필요없이 증서를 보여주면 필요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실물→조개껍질→금→금 보관증→지폐


금 보관증이 종이로 변화되서 교환수단으로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바로 지폐이다. 사실 지폐와 화폐의 실물적 가치는 원자재와 제작비 정도의 가치 밖에는 없지만, 표시된 숫자만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사람들은 신뢰하기 시작했고 금리로 작용하는 금이 실제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통해 지폐를 유통시켰다. 오히려 지폐에 표상된 금액과 실제 금의 양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합의에 기한 사회적 믿음이 화폐의 가치를 공고하게 했다.


화폐의 유래는 필요의 충족, 물건의 교환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있었지만, 현재는 화폐 자체가 거래대상이 되었고 가치있는 자산이 되었다. 초기에 화폐는 물건값과 동일하고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또다른 물건이었으나 화폐를 빌려주고 그보다 많은 화페를 받는 새로운 비즈니스(이자, 은행, 대부)가 발생하면서 화폐는 물적 가치를 이탈한 정신적 가치를 둘 수 있는 재화가 된 것이다.


지폐→가치→데이터


현재도 지폐가 통용되고 있지만 신용카드가 등장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종류별 지폐를 빼곡히 소지하고 다니지 않더라도 플라스틱 1장만 들고 다니면 필요는 충족되고 교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폐 자체에 대한 자산가치가 아니라 지폐가 표상하는 가치에 해대 합의가 공고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폐를 눈앞에서 보지 않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실물에서 시작된 화폐는 가치만이 남았고, 그것은 숫자로만 남게 되었다. Coin은 그 숫자를 이러저러한 기술(블록체인 등)을 통해 데이터화한 것으로 지폐의 왕좌를 찬탈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Coin은 현재 재산적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은 넘어섰고 이제 정신적 가치만 인정받으면 만족해할 단계까지 와 있다.


'가상'과 '암호' 꼬리만 떼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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