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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31. 2017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자제력

일상의 변론

의지력은 무엇인가를 실행하고 성취하려고 발휘하는 능력으로, 자제력은 무엇인가를 유지하거나 잃지 않기 위해 발휘하는 능력으로 구분하고 싶다. 


학창시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친구집에서 사흘을 묵으면서 방학 보충수업을 빼먹은 적이 있다. 당시 친구 부모가 여행을 가셔서 친구네 집이 비워져 있었던 관계로 밤낮없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우리집에는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선망과 몰입은 그 어떤 대상보다도 심했다. 


친구는 학교를 가고 나는 아프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달라고 거짓을 교사하기도 했다. 사흘을 꼬박 라면 등으로 끼니를 연명하며 삼국을 통일했다. 게임은 삼국지였다. 게임에서 삼국을 통일한 후 나는 경추부에 경직을 느꼈고, 한동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친구가 하교하고 돌아와 주물러 주어 겨우 경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게임, 도박 등 자제력을 잃을 수 있는 것은 하지 말아야겠다'. 한번 빠지면 내 자신이 컨트롤이 안된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식은 배우자에게 맡기고 있고, 가급적 월 회비가 비싼 헬스클럽을 다닌다. 자제력에 의심이 들기 때문에 돈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겠거니 하는 마음에서이다. 




돌이켜 보면, 자제력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는 듯 하다. 일정한 대상이나 행위에 대해 자제력을 너무 소진해 버리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법관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검사장이 공연음란행위를 하거나 의사가 환자를 추행을 하는 등 사회에서 엘리트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이상행동은 자제력의 고갈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교사가 초등학교 6학년 제자와 성관계를 맺거나 고교생들이 살인을 행하는 등 자제력을 상실해 이상행동을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귀에 들어온다. 


하루에 세번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一日三省吾身). 자제력을 발휘해 참다운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싶다. 자제력을 잃어서는 사람다움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다수가 자제력을 잃어갈수록 사회에 암막커튼이 드리워질 수 밖에 없다. 


끝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자제력을 발휘해 젠틀한 사회가 유지되고 공고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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