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이혼사유는 부부의 수만큼 다양하다. 살 맞대고 살던 사이가 헤어지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한계를 초과하였음은 분명하다. 수많은 상담사례가 있지만, 배우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상담자들의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다.
"밥 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요"
남편이 밥을 먹으면서 쩝쩝거리고 입안의 음식물이 보이는 게 자꾸 눈에 들어오고 그 모습이 꼴보기가 싫다. 그리고, 다람쥐가 입 안에 도토리를 한움큼 머금고 씹듯 부풀어 오른 뽈이 꼴보기 싫다.
"애들 도시락 반찬을 술안주로 먹어버렸어요"
두 아이의 도시락 반찬으로 햄을 준비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반찬하려고 하니 햄이 없어졌다. 남편이 밤에 술마시면서 안주로 먹어버렸다. 직접 먹는 꼴을 보지는 못 했지만, 애들 먹을거리를 먹어치운 남편이 꼴보기 싫다.
"아침 안 해 주고 디비 자기만 해요"
남편이 출근할 때 배웅을 못 해줄 망정 아침밥도 안 해주고 뒤집어져 잠만 잔다. 옷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퍼진 옷을 입고, 세수도 안 하고 집안 정리는 말할 것도 없다.
"애가 콧물을 흘리고 있는데 게임한다고 보살펴 주지도 않아요"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애들 보느라 참고 사는데, 남편은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살면서 집안일은 전혀 도와 주지 않는다.
싫어진 상대방에 대해 기피감정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모습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 부모도 같이 생활하면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고, 권태로운 관계가 될 수 있다. 하물며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녀가 결혼제도를 통해 만나 함께 사는데 오죽할까.
연애감정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부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상대방이 기피하는 것은 삼가하고 상대방에게서 장점을 찾으려고 애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해 준 밥이 얼마나 맛이 있으면 우적우적, 허겁지겁 먹을까, 얼마나 피곤하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 할까, 술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안주를 준비해 둘 걸,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푸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혼하는 부부는 소수로 줄어들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이 감소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방은 계속해서 오랜시간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졌다.
부부의 사정은 부부만이 알고 있다.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상대방도 변한다. 늘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꼴 보기 싫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점이 바로 자신의 단점이기 때문에 이를 고치면 상대방에게도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부가 서로에게 "꼴 좋아" 보여지기를 바란다. 일거리는 줄겠지만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