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변호사는 辯護士로 쓰고, 검사는 檢事, 판사는 判事로 쓴다. 발음이 '사'로 끝나지만 한자 표기가 다르다. 변호사는 선비라는 뜻이고, 검사나 판사는 일,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 '事'를 쓴다. 변호사 역시 조사하고 판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왜 변호사의 '사'자는 선비 '士'일까.
선비는 지조와 기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올곧고 강인할 수록 좋다. 옳은 일을 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정신력이 있어야 하고, 주변을 돌볼 줄 아는 넓은 아량도 있어야 한다. 물론, 지식도 넓고 풍부하게 구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변호事가 되어만 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사람을 변호하기 보다는 일과 사건을 변호하고, 보다 높은 수익을 쫓는데 여념이 없고, 부정한 수익 앞에 지조와 기개, 옳은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따위는 잠시 휴지통에 버려둔다.
검사, 판사는 사람을 보기 보다는 일, 사건 자체를 조사하고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을 보면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을 바라본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조사와 판단이 그에 비례해서 유리하게 수행되고, 그 반대는 불리하게 수행된다.
비록 한자적 정의와 표기를 다르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선비가 되어야 한다. 적게 벌어도 삼시세끼 먹는데 지장이 없을 뿐더러 줄을 대지 못해 고위직을 얻지 못 하더라도 내면만은 부인할 수 없는 지조와 기개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인생, 참 멋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존재할까마는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