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의식주를 해결하는 제1의 공간이 집이라고 한다면, 경제적으로 소득활동을 하는 제2의 공간이 직장이나 회사에 해당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 관계에서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 제3의 공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인터넷상이든,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관계이든, 그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의 역할을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기회의 장이 필요하다.
동문회, 동호회, 각종 모임에 가입해서 열심으로 참석하는 이유는 제3의 공간이 줄 수 있는 만족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인간은 동물과 달리 삶의 원동력을 어느 정도 얻게 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터그램 등 SNS에서 만남과 교류는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적으로 또는 영업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시간과 정력을 일정 부분 쏟아 붓는다.
촌스러움 때문일까. 네트워크 속에서의 교류는 상대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고, 공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제대로 알지 못 하는 상대가 나에게 쉽게 접근했듯이 자신 역시 상대방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 네트워크 상에서 서로의 존재는 서로에게 이롭거나 위로가 되거나 유머러스하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누군가와 약속을 정하고, 약속 장소인 물리적 장소로 이동하고,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들이고, 직접 대면하면서 상대와 자아를 확인하는 그런 기회와 장소는 더더욱 필요해진다. 네트워크 속에서는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지 모르지만, 오프라인이 주는 물리적 존재와 감각을 제공할 수는 없다.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거스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결코 0과 1로 정의지워지는 디지털 세계에 만족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역할과 의무 때문에 제1, 제2의 공간에서의 숨가쁜 역할 수행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더라도 분명 제3의 공간은 필요하다.
스펀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어딘가, 어느 시점에서는 머금은 수분을 탈수시켜야 한다. 사람에게 그런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3의 공간이다. 안정적이고 신성한 제3의 공간은 나에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