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연말정산 인간관계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연말이다. 만남을 가지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연말에 만나는 인간관계는 크게 대조적이다. 미루어 둔 만남이거나 피치 못 하는 만남. 그 어중간한 관계는 없다. 숙취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만남의 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시기적, 상황적 한계가 이쯤이다.


이 한해가 지나기 전에 너무나 아련해서 반드시 만나고 싶어서 굳이 이 시점에 직접 대면하고 싶은 그런 타인이란 있을까.


부름과 요청의 화살표가 교차되는 시기이다. 그것이 빈번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저녁 약속이 빈번하다면 사회적 존재로서 제대로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착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시기쯤에는 최대한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1년이 크게 의미있는 단위도 아니지만, 한해 동안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냉정하면서도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는 해에 대한 서글픔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막연한 기대의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사람에 대한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혼동하면서 만남을 종용하고 만남을 강요당함에도 부당하다 느끼지 않는다. 최소한 이 시기에는.


미뤄 두었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 경제적 가치나 사회적 포지션 유지 때문에 만나는 사람, 막연히 소속된 단체나 모임의 정기모임의 만남 등 알코올이 차마 분해되기 전에 꾸역꾸역 약속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연이어 며칠을 술마셨지만, 오늘 이 자리에 또 나왔다는 말을 하면서 그 자리에 현존하는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이 현장은 의미가 있다는 투로 표현한다.


이 시기에 만나는 관계는 가급적 최대한 연기되었거나 내심 기피지만 부득이하게 만나게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얼굴 한 번 봐야지, 소주 한 잔 해야지, 밥 한 번 먹자 등의 양심적 고통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거짓말이 효력을 다한 끝에 만나는 그런 관계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숙제일 뿐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일적으로, 개인적으로 중요한 관계는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두어 차례 직접 대면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수시로 연락을 취한 결과 후의 관계일 것이다. 때문에 욕심에서 저마다 생략되거나 연기된 관계를 이 시기에 몰아서 해 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론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는 평소 상태가 더 중요하다. 가족과 그에 준하는 친구, 동기 등의 관계는 일회적인 회유로 그간의 소원함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관계는 연말에 술잔을 기울인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자주 보자는 말이 끝말이다.


이 맘때의 시간은 너무 두서없이 흐르는 듯 하다. 그 이유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있지 못 하기 때문이다. 감정과 외부적 상황에 휘둘리는 시기이다. 인생에서 십수차례 이 시기를 겪었지만, 이 소모적이고 산만한 시기를 달리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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