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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09. 2016

삶, 거짓말을 확인하는 과정

윤소평변호사칼럼

인생, 삶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정의도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예컨데, '삶이란 태어나서 늙고 죽는 것', 'BCD, Birth, Choice, Death', '인생은 긴 여행이다' 등등.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인생은 거짓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인생은 거짓말을 확인하는 과정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을 넘게 거짓말을 하고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거짓말이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어, 반가워! 언제 밥 한끼 해야지', '언제 소주한잔 해야지', '나도 늘 생각은 했는데, 연락한다고 하면서 그게 잘 안되네', '술 끊을게', '담배 끊을게' 등등은 그 자체에 거짓이 숨겨져 있다. 진실로 소주 한 잔만 마시지는 않을 뿐더러 술과 담배를 끊지도 못 한다. 이런 예들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현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갑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의지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려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세뇌당해 온 거짓말에 대한 것이다. 몇가지 명제가 있는데,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것만 본다.


#1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이 풀린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12년 이상을 대학입학을 위해 공부를 한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인생이 풀리고, 그 시절에 하지 못 했던 것들을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말고 대학가면 하라'는 명령어를 지속적으로 듣는다.


하지만,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그 명령어가 효력이 없음을 알게 된다. 다시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학점 이외에도 스펙을 쌓아야 한다. 성년이 되어서 학창시절에 들었던 입시와 관련한 조언들이 거짓말임을 알게 된다.


졸업을 늦추기도 하고, 졸업후 취업 재수를 하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인이 되어 버리면 심적 고통은 더 크다. 차라리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면 장사라도 할텐데.


#2 대기업에 취업하면 인생이 풀린다


대기업에 취업하면 일정한 소득이 생기고, 4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고, 부모님께 사람구실을 할 수 있으나, 승진, 대인관계 등의 문제에 봉착한다. 대기업에 취업하면 인생이 풀린다는 것은 경제적인 면만을 생각하면 일부 맞는 말이다.


대기업의 인사관리 체계는 정이 없어서 늘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고, 특출난 성과를 내지 않는 한 정해진 타임테이블에 따라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퇴직금으로 통닭집을 차릴까 고민할 때 쯤이면 낯선 중년의 남자를, 다른 사람들은 '나'라고 한다.


#3 고시에 합격하면 인생이 풀린다


공무원시험, 임용고시,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에 합격하면 인생이 풀릴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정년이 없거나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후가 안정된다는 측면에서 이 말은 일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사건수임에 시달리고,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분주하게 생활해야 한다. 고민의 질과 양이 전보다 더 커진다.


품위유지를 위해 비용도 많이 든다. 호수 위의 백조같다. 수면 위는 우아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구르고 있는 것처럼.


#4 결혼하면 남자는 안정을 찾는다


결혼하면 남자의 경우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초기에 배우자가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한다. 가장으로서 역할은 개인적 삶의 무게에 가족의 삶의 무게까지 더 해 준다. 봇다리가 더 늘었다.


매월 일정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고 특히, 아버지 세대에는 없던 음식조리, TV를 탄 여행지로의 방문, 아이들에 대한 관계에서 엄마같은 아빠의 역할 등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쉴 수 있는 환경이 더 이상 조성되지 않는다.



구겨져도 돈의 가치는 유지된다.


#5 거짓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그 명제는 더 이상 동력이 될 수 없다


장기간에 걸쳐 들어온 이와 같은 거짓말들에 대해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느낀다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것들이 전부 거짓은 아니다. 사실과 완전히 틀리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어떤 명제에 대해 거짓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가 들은 것이고 세상을 경험한 후라는 것이다. 해당 명제가 전부 사실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알지 못 했던 상태에서 목표지향적으로 인생을 나아가다 막상 그 도착점을 지나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라고 느끼는 정도에 이르면 벌써 인생의 일부 지분은 소비해 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당 명제에 거짓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명제는 더 이상 인생의 동력이 되지 않는다.


또 다른 거짓을 확인하고, 새로운 의미부여


#6 인생이 후반으로 치닿을수록 굵직한 거짓확인은 없다


몇가지 명제에 거짓이 내포되어 있음을 확인한 후에는 반전도, 큰 충격도 없다. 다만, 소소하고 미미한 거짓확인의 과정이 계속될 뿐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결국, 거짓이 확인된 상태에서는 새로운 의미부여와 함께 그 명제가 전부 거짓이 되지 않도록 살아내야 하는 의무만 발생할 뿐이다.


밥 한끼하기로 해서 실제 밥 한끼를 하고, 소주 한잔 하기로 하여 실제 소주를 마시고, 술과 담배를 종국에는 끊어냈다면 기분좋거나 자신이 기특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거짓을 확인하기 전에 품었던 희망처럼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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