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미세먼지라는 말은 어릴 적에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다. 황사는 어릴적에도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영어를 배우고 난 후에는 ‘스모그’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smoke+fog'의 합성어다.
미세먼지가 많으니 야외로 외출하는 것도 꺼림직하고, 그렇다고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살이 주는 여유로움을 포기하기에도 갈등인 주말이다.
‘먼지를 많이 마신 날에는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탄광촌, 광부의 아내들은 돼지고기 요리에 능숙하다 한다. 광부는 먼지를 마시는 직업이기 때문에 ‘진폐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폐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먼지를 체외로 배출하고 폐질환 발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돼지고기를 필수적으로 식재료로 사용했다.
수육, 두루치기, 제육볶음, 삼겹살 등. 때에 따라 구미가 당기는 요리가 따로 있겠지만, 삽결살은 어떤 연유에서 인지 소주를 부르는 요리 중 하나이다. 사실 요리라고 부르기에도 무엇하다.
삼겹살은 표피, 피하지방, 근육의 삼층으로 형성된 조직으로 정육을 하는 것인데, 유독 우리나라 돈육정육 방법으로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는 돈육 정육을 삽겹으로는 잘 하지 않는다.
베이컨이 그나마 삼겹살에 견줄만 한데, 살점이 너무 얇고 너무 구우면 퍼석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 자체로 너무 짜다.
삼겹살은 기름이 빠질 수 있는 불판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주 뒤집어야 하고,
버섯, 양파, 묵은지, 마늘 등과 함께 수북하게 구워야 한다.
고기굽는 본능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타인이 고기집게를 잡는 것을 정권을 찬탈당한냥, 타인이 고기를 굽는 모습을 인내하기 힘들다. 바지런히 놓여있는 고기들을 구워내야 제맛이다.
삼겹살은 구울 때는 기름이 빠지게 구워야 하는데, 기름이 빠지지 않는 불판에서 구울 때 키친타올을 이용해 기름을 먹여낸다고 하더라도 느끼함이 더 해지고, 맛은 헤비(heavy)해 진다.
돼지껍데기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져 동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돼지껍데기가 동이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콜라겐이 돼지껍데기에 많기는 하지만, 동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콜라겐은 피부에 발라야지 섭취해서는 크게 효용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하튼 화로문화는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이고, 외국사람들은 불판에서 직접 구워내는 음식조리 방법에 대해 신기함을 금치 못 한다. 삼겹살을 불판에 구우며 한끼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얼굴이 매끌하니 삼겹살의 기름이 미스트나 에센스를 바른 것처럼 피부에 총총히 앉아 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의 경우 안경을 밝은 불빛에 비추어 보면, 삼겹살의 기름이 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돼지는 머리부위는 고사를 지낼 때, 몸통은 여러 부위의 살코기로, 네 발은 족발로, 껍데기조차 하나의 메뉴로, 내장은 순대로 또는 막창으로, 버릴 부위가 하나도 없이 남김없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그간의 게으름에 대한 보상을 충실히 한다. 방광은 축구공의 대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예전에.
미세먼지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하여 오늘 저녁에는 가족들과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서 먹었다. 소주 대신 막걸리를 마셨는데, 문득 삼겹살이라는 존재가 새삼스러워 잠들기 전에 몇 자 긁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