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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Feb 08. 2018

판결이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

일상의 변론

홍길동을 체포해서 형사재판을 하기로 한다. 어디까지나 가상이다.


판결 1.

홍길동은 집단을 형성해 지속적으로 절도를 하였기 때문에 그냥 절도죄가 아니라 특수절도로 처벌하고, 홍길동으로부터 재물을 나누어 가진 다수의 사람들은 장물취득죄로 처벌한다. 홍길동과 함께 절도행위에 가담한 자들을 공범으로 처벌한다.
판결 2.

홍길동은 의로운 도적이고 절도품을 사익으로 사용하지 않고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 준 점을 참작하여, 홍길동과 핵심가담자만 처벌하고 절도품을 나눠 가진 일반 백성들은 선처해 주기로 한다.  백성들을 굶주리게 만든 책임은 위정자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판결 3.

홍길동, 공범, 절도품을 나눠가진 백성을 처벌하는 것은 물론 홍길동을 비호하여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를 만들어 집권세력의 반대세력까지 반역죄로 처벌한다.  


판결 1.은 법적인 판단이다. 판결 2.는 법적 판단에 정책적 요소가 포함된 판단이다. 판결 3.은 법적 판단에 정치적 요소가 포함된 판단이다. 


판결은 법원(法源)에 기초해야 한다. 법원이란 법의 발생근거, 존재형식, 법관이 재판의 기준으로 삼는 성문법, 불문법을 의미한다. 즉, 판결은 헌법, 법률, 관습법, 조리 등에 기초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상식과 경험칙에 근거해야 한다. 상식과 경험칙의 개념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이 있기 마련이다. 


판결은 판단의 근거와 기초가 된 법원(法源)을 넘지 말아야 한다.
최후까지 간다면 상식과 경험칙을 따라야 한다.


판결은 가능하면 법적 판단결과의 의미를 유지해야 한다(판결 1.). 그런데, 판결이 법적 판단 이외의 판단요소를 내포하는 경우가 있다. 정책적 판단이 그것이다.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국가의 수행과제로 채택이 된 것이기 때문에 판결이 정책적 요소를 고려하여 구성된 것을 두고 크게 비난하지는 않는다. 국가예산, 사회질서, 구성원의 공감대 등을 고려해 판결할 수도 있다(판결 2.). 


그러나 판결이 정치적 판단요소를 끌여 들어서는 안된다. 정치적 판단은 정치적 메커니즘(여야간의 토론 등), 선거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은 정치적 책임을 판결이 아닌 '표'로써 물을 수 있다. 


판결이 집권세력의 기호에 맞게 선고된다면 정치적 요소가 포함된 것이다. 이런 판결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은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판결 3.).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인사에 대한 재판은 관계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관심마저 끌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결과에 주목을 유지하게 된다. 판결이 정치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런 종류의 판결이 선고되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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