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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05. 2018

반대하는 이유

일상의 변론

변호사의 업무는 상대방 주장에 대해 반대주장을 펼치는 것에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권리를 구하는 원고와 의무자로 지정된 피고로 나누어져 있고, 형사소송에서는 검사와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대립되어 있다. 


어떤 경우이든 공통점은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대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갚으라는 주장에 대해 갚을 이유가 없다고 해야 하고, 죄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죄가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반대주장이 근거가 있고 설득력이 있으면 반대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고, 변호사는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상 한계와 의뢰인과의 계약상 책임 때문에 반대주장을 전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상대방 주장에 설득당하는 경우도 많다. 의뢰인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 같고, 상대방 주장이 근거도 있어 보이고 타당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심의 결론과 달리 변호사는 반대주장을 해야만 한다. 소송의 대립구조상 부득이한 결과이다. 


그러나, 소송을 제외한 정치, 사회 등 다른 부분에서는 어떤가. 비판이든, 비난이든 신랄하게 자기 주장을 하더라도 상대방 주장이 더 타당하고 설득력을 구비하고 있다면, 상대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아니 인정해도 된다. 반대주장을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의뢰인으로부터 보수를 돌려달라는 컴플레인도 없고, 직업적 양심에 반할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 반대하다가 인정하면 꼬리를 내리는 것만 같은 감정상의 이유, 사적인 목적 등등 때문에 일단 반대를 시작한 이후에는 타당성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입장을 고수한다. '반대에 대한 반대'라는 표현이 거론될 때는 근거나 설득력이 없는 반대라는 의미로 새겨도 좋을 듯 하다. 


'반대에 대한 반대'를 일삼는 부류가 영향력있는 세력일 경우, 그러한 태도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상대방의 주장을 귀담아 듣고 타당성을 검토해 본 후 반대주장보다 타당한 것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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