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이야기
H(43세)씨는 2017. 11.경 상담을 의뢰했다. 최근 들어 남편과 갈등이 잦고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 아파트를 남편 명의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H씨의 이번 결혼은 3번째이다. 혼인기간은 동거기간까지 합치면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혼을 하게 되면 재산분할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수백번, 수천번 생각과 마음이 바뀐다. 이혼사례가 증가했고, 사회적 인식도 예전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면 좀처럼 결정을 내리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H씨는 철없던 시절 19세경에 출산한 경험이 있고, 이 당시 결혼을 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못 한 결혼생활이 순탄할리 없었다. 결혼생활이 잠시 타오르는 열정과 애정만으로는 극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H씨는 첫 남편과 이혼을 한 뒤 아이를 키우면서 홀로 지내다가 재혼을 했다. 재혼생활 초기에는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꼈지만 전남편과의 사이에 출산한 아이의 양육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남편이 집밖으로 도는 시간이 늘어났다. H씨는 점점 힘들고 외로운 재혼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H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지금의 남편은 유부남이었고 딸이 한 명 있었다. 사실상 파탄에 이른 재혼생활의 힘겨움과 외로움을 지금의 남편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지금 남편의 배우자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H씨는 상간녀로 소송을 당했다. H씨의 남편(재혼남)도 모든 과정을 알게 되었다. 결국, H씨의 재혼도 이혼으로 끝이 났다.
H씨와 지금 남편은 각자의 배우자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해 비자발적인 '돌싱'이 되었다. 둘은 일단 거처를 합쳐 동거를 시작했고, H씨는 시간이 지나자 혼인신고를 부탁했다. 지금 남편은 반신반의하였지만 결국 동의하고 혼인신고를 했다.
H씨의 3번째 결혼이 행복한 결혼으로 진행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몇년전 전처와 딸이 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전처와는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딸과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 딸이 집으로 찾아와 생활하는 횟수와 기간이 점점 늘어났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남편의 딸은 잠도 남편과 자려고 했다. 전처 소생인 딸이 오는 날이면 H씨는 홀로 잠들어야 했다.
남편은 전처 딸과 제한없이 만나면서 H에게는 전전 남편과의 사이에 출산한 자녀와 연락하는 것을 싫어했다. H는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아이와 연락을 취해야만 했다. 남편은 H에게 자신의 부모님에게는 부양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H의 부모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는 조건 중 하나가 H의 부모와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요구와 행동은 매우 이기적인 것이었지만, H는 3번째 결혼마저 잘못될까 두려워 남편의 요구대로 따르기로 했다. H는 그렇게 3번째 결혼생활을 3년째 지속하고 있다.
H가 이혼을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3번째 결혼마저 파국을 맞을 수 없다는 심경도 이해는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H는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 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히려 남편이 H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H는 당혹스러웠지만 이제는 결심을 해야만 했다. 이 사건으로 조정으로 재산분할을 하고, 위자료 청구는 각자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부부가 연이 없으면 한쪽이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멀어져가는 H씨의 두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