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직원을 여럿 두고 있다 보니 마음으로 직원들의 능력에 관한 순위매김이 자리잡혀 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내심이 이렇다 보니 분명 안색이나 행동, 말 등으로 내심이 겉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다만, 내 자신만 애써 부정할 뿐이다.
아이들의 책을 정리하다가 일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황희정승이 암행을 나갔다가 늙은 농부가 두 마리의 소에 쟁기를 씌워 밭을 갈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두 마리의 소 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합니까?"
늙은 농부는 즉답을 피하고 쟁기를 놓고 황희정승에게 다가와 귀에다 입을 대고 한마디했다.
"왼쪽 누렁소가 일을 더 잘 합니다"
황희정승은 늙은 농부의 행동을 기이하게 여겼다. 늙은 농부는 "짐승이라도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황희정승은 이 일로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중해야 하고, 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말과 행동은 내심에 품은 마음이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 표현이 사람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말과 행동일 경우 듣는 사람이 기분좋을 수가 없다.
부득이하게 평가를 해야 할 경우라도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릴 필요가 있고, 그런 다음에서야 말과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잘 헤아릴 줄 아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의 책에도 이런 훌륭한 가르침이 있는데,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잊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