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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에 대한 감찰 #1 복직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2018년 현재 슬하에 9세 아들과 5세 딸을 두고 있다. 아내는 현재 은행에서 근무한다.


아내는 둘째 아이 출산을 위해서 두번째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은행에서는 육아휴직으로 2년을 쓸 수 있다. 1년은 기본급이 지급되는 유급휴직이고, 나머지 1년은 무급휴직이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갈 무렵 아내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둘째 아이가 태어났으니 퇴사를 하고 육아에 전념할 것인지, 계속 직장을 다닐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어릴 적 나의 엄마는 밤늦은 시각까지 일을 해야만 했던 탓에 동생들과 늦은 저녁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기억이 썩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아내에게 퇴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세웠다. 적게 벌면 아껴쓰면 되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나의 생각이었다.


아내는 몇일 동안 고민하는 듯 했고, 얼마 후 "사표썼어!"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잘했어!"라고 말했다.


아내가 전업주부로 전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일 후 아내는 가족(장인, 장모, 시어머니)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말을 꺼냈다.


"나, 회사 다니면 안될까?"


사실 우리 가정은 다른 가정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경제적 상황이 아니라 양육보조의 상황이 그랬다. 의도적으로 처가 근처로 이사를 왔고, 우리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양육보조자 할머니가 두 명이나 있는 셈이었다.


아내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첫째, 집에서만 있으니 사회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점, 둘째, 양가의 할머니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돌봐 주겠노라 약속한 점, 셋째, 100세 시대를 맞이해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모아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사표 썼다며"로 반문이 시작되었다. 지점장이 아내에게 몇일 시간을 줄테니 신중하게 고려해 보라고 했기 때문에 사표가 종국적으로 수리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전업주부가 되길 희망했던 이유는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도 작용했지만, 아이들을 좀더 체계적으로 가르치는데 있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보다는 아내가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내가 집에 있으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안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복직과 퇴사문제에 대해 재차 논의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현장에서 즉답하기를 피하고 생각할 겨를을 마련받은 후 그날의 자리는 파했다.


밤새 곰곰히 생각했다. 아내에게 퇴사를 요구하면서 이유로 댄 것들이 전적으로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을 뿐, 아내 자체에 대한 것은 없었다. 아내도 사회적 존재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고려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내가 소득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정한 존재감을 느껴왔다는 사실도 빠져 있었다.


결국 복직반대, 퇴사찬성 한 표를 철회했다. 일정 부분 내키지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런 이유에서 회사를 다니고 싶은 거면 열심히 다녀"라고 했다. 아내는 복직해서 현재 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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