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학교 공부보다 책을 읽는 일은 당시의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세상에는 교과서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심오한 내용이 담긴 책이 널려 있습니다. 그런 책의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그 내용이 읽는 족족 피와 살이 된다는 생생하고 물리적인 감촉이 있었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글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적 표현방법으로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다. 글 쓰는 방법은 결국 사고결과, 감정결과가 읽는 이로 하여금 논리적 체계를 유지하면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거나, 정서적 느낌을 비슷한 수준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것일 것이다.
글쓰는 방법이 유의미한 경우는, 생각이나 감정은 가득한데 그것이 '글'이라는 형식으로 전환될 때는 제대로 되지 않거나 빈약해지는 상황에서이다. 특히, 생각과 감정을 말로 할 때는 소기에 목적한 데로 다소 용이하게 할 수 있는데, 글로 적으려하면 지극히 단순해지거나 구체적이지 못 한 수준에서 중단되어 버릴 때, 글쓰는 방법, 즉, 문자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형식도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을 초과하지는 못 한다. 글의 전개가 투박하고 사용된 표현이 세련되지 못하다 할지라도 내용이 진솔하고 공감갈만한 것이라면 글쓰는 방법, 기술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결국, 글쓰는 방법은 글의 내용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글의 내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 문제는 무엇을 글로 쓸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 일상적으로 겪는 경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작가가 느낀 숨결이 문자를 통해 독자를 통과하게 된다. 책의 내용이 '피와 살이 된다'는 것은 사고를 정리하고 감정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쓰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작문실력은 금새 기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읽는 이에게 피와 살이 되게 할 수 있는 사상과 감정의 정리는 순식간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 습관적으로 책을 읽고 의식과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