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마스크를 챙기는 아이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학교를 향해 집에서 마구 뛰쳐 나가려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쓰라고 소리를 질렀다. 미세먼지로 인해 현관 앞에는 마스크가 한 상자 놓여 있다. 아이들은 '아! 맞아'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넋두리를 잊지 않는다.


"근데, 마스크 쓰면 불편한데~~"


이 땅과 공기, 나아가 지구. 현 세대, 현재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급적 오염시키지 않고 깨끗하게 후세에 이전해 주어야 할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이 환경이다. 현재 사람들의 편익을 추구하면서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게 만든 책임은 어른 모두에게 있다.


나들이 나가서 아이들 사진을 찍고 후에 들여다 보면 마스크가 얼굴에 걸려 있다. 내가 촬영을 했으니 나의 아이들임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누군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듯 하다.


어릴 적에 '스모그'라는 용어를 배우고 각종 퀴즈에서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산업이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환경은 피폐해져 왔다. 미세먼지는 기술이 첨예화되어 갈수록 입자의 크기가 더 작아진 듯 하다.


한심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하다.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미세먼지 필터링 기능이 뛰어난 마스크를 주문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미세먼지 나쁨소식을 듣고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애들이 불쌍하지~"


어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잔여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는 후세들이 안타깝고, 후세들에게 미안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어 보기도 한다.


환경은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하지만, 어른들만이 그 사실을 모른 채 하거나 애써 외면해 왔을 뿐이다. 'Not yet', 아직은 지구가 버텨 줄 것이라 근거없이 믿고, 나와 내 자식에게는 크게 관련이 없는 먼 미래의 그 언젠가 벌어질 사건으로 방기해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만 제공할 문제가 아닌 듯 하다. 환경보호에 관한 크고 작은 실천이 모집되어야 한다. 오늘부터 가급적 걷기를 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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