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10여년전의 일이다. 사법연수원생 시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률상담을 했을 때의 경험이다.
어느 여자분이 상담을 문의했다. 고소장을 들고 와서 누군가에게 돈을 못 받았는데, 이렇게 작성하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미 표지의 제목을 보고서 아니라고 답을 했다. 내용을 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돈을 받으려면 소장을 적어야 하고, 고소장은 누군가에게 벌을 내려 달라고 할 때 작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여자분이 돌아간 후 다시 상담을 문의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고소장에서 '고'자를 지워서 왔다.
갓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생 신분으로 법률상담(연수원 과정에서 필수)을 한다는 것은 부담과 흥분, 크게 두가지의 감정을 일게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 법에 대해 무지하구나'라고만 느꼈고, 개략 소장을 수기로 적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남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당연하다. 특히, 소송, 수술 등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일의 경우에는 일반 사람들은 당혹스럽고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전문가를 찾게 된다.
전문가의 반응은 이렇다.
무지를 최대한 이용해 많은 이익을 남긴다.
무지를 일깨워 주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한다. 적정한 대가를 받는다.
무지를 일깨워 주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면서, 이해와 공감을 표한다. 적정한 대가를 받는다.
대가를 받지 않고 무지를 일깨워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전문가도 사업자이기 때문에 대가를 받아야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늘 갈등을 제공하는 요소다.
전문가는 해당 영역에서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서 나아가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까지 구비한다면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