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2018년 현재 슬하에 9세 아들과 5세 딸을 두고 있다. 아내는 은행에서 근무한다.
직장맘이 전업맘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시기는, 아이가 학교에 취학할 때 일 것이다. 직장맘도 학교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아이의 기본적인 학교생활을 서포트해 주는 것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교통안내, 급식당번, 학교청소 등 엄마들이 학교에서 해야 할 당번과 관련해서 사정은 달라진다. 직장맘은 자기 순번에 당번역할을 하기 위해 반차를 내거가 휴가를 낼 수도 있다. 여의치 않으면 순번을 변경하기도 한다. 그것도 허락치 않을 때는 다른 아이의 엄마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직장맘에게 절절하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24시간 중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정생활에 할애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의 일과, 교우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건강상태 등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할 겨를이 부족하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전말을 말해 주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그 속에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여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맘의 사정 탓에 엄마들간의 교류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지 않고, 학교 당번역할 등에 있어서 열외되거나 소극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장맘은 전업맘들의 커뮤니티에서 소외되거나 일정한 거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직장맘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는 사례가 전업맘의 아이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직장맘이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케어해 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반장선거가 있었다. 아내는 아이에게 반장선거에 출마하라던가, 하지마라던가를 명확하게 말하지 못 했다. 혹여 반장, 부반장이 되면 '맘'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고,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염려해 명시적으로 '나가지 마!'라고도 못 하고, 그렇다고 '나가서 한번 해봐!'라고 독려하지도 못 했다.
가정, 학교, 사회가 연계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필요하다. 아이들이 전반적인 영역에서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가 지나치게 학부모 내지 '맘'의 역할분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직장맘이 직장을 포기하게 된다.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직장맘의 실생활이라는 것이 낯낯이 공개되어 널리 알려진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인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다. 시스템과 문화가 변화되지 않는 한, 직장맘은 전업맘을 선망하면서 힘겨운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